박나래 스테이숲숲 대표가 농촌의 빈집을 숙박명소로 바꾼 비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박나래 스테이숲숲 대표가 농촌의 빈집을 숙박명소로 바꾼 비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비가 와서 종종 여행을 망친다지만 스테이숲숲에서는 오히려 비가 올 때 최고로 멋진 추억이 연출됩니다.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비를 즐길 수 있는 ‘자쿠지’(기포가 나오는 욕조) 스테이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제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22년 경북 경주에서 경상북도의 ‘턴키형 청년창업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박나래 스테이숲숲 대표는 여행 마니아였던 자신의 특기를 살린 숙박업으로 로컬크리에이터 사이에서 화제다. 경북의 관광 난제인 숙박 문제 해결에도 대안이 되고 있어 요즘 시·군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볼거리나 먹을거리 등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인 경주 강동면에 660㎡의 빈집을 매입해 스테이숲숲이라는 ‘힙한’ 독채 펜션을 마련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10개월 남짓 동안 가동률이 90%를 넘는다. 5점 만점인 에어비앤비의 평점이 무려 4.96이다. “휴식, 빛, 자연, 계절 저는 이렇게 네 가지 키워드를 담으려고 했어요”라는 박 대표는 “집을 둘러싼 사철나무가 너무 좋아 바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빛이 잘 들고 사시사철 푸른색을 볼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는 그의 계획에 딱 맞는 공간이었다. “호캉스가 좋지만, 조식을 챙겨 먹으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요. 쉬러 와서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있을까요. 방해받지 않고 집에서 쉰다는 느낌, 그러나 맑은 공기 아래 사방이 푸른 경주만의 분위기를 살렸어요”

이런 환경적인 요소 외에 스테이숲숲의 평점을 높인 진짜 비결은 여행 전문가인 그의 디테일에 있다. 40만원대 고급 숙소에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와 편의용품을 갖췄다. 가구, 조명, 샤워용품과 포크와 나이프, 식탁 높이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고객들의 후한 평점으로 이어졌다.

“제 여름 별장이 있다면 꼭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기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요.” “생일파티로 방문했는데 너무 예쁘고 부엌이 넓어 좋았어요. 군데군데 호스트의 센스가 묻어났고 팝콘과 함께 직접 쓴 손 편지에 감동했어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이런 숙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이 안 들 정도의 흔한 시골 마을이다. 그런데도 연중 예약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박 대표가 경주의 양반마을인 양동마을에서 2년간 초가집 스테이인 ‘스테이 쉼’을 운영해본 경험도 한몫했다.

양동마을 초가 스테이 10곳 가운데 박 대표의 초가 스테이는 1년 중 362일 운영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박 대표는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없애는 등 작지만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요소를 철저히 배려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년에는 사업 공간을 4개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건축사는 아니지만 어떤 공간에 어떤 스테이가 가능할지를 보는 눈이 있다”며 “좋은 건축가와 현장 인력만 만난다면 지방과 시골의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삶에 지친 현대인이 희망하는 쉼과 힐링, 여행객의 트렌드와 수요를 경북의 자연마을에서 실현하는 부티크 호텔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