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모터 ‘B10’ 리프모터 제공
리프모터 ‘B10’ 리프모터 제공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파리모터쇼가 최근 폐막했다. 중국 업체들은 1000만~2000만원대 가격을 무기 삼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유럽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2000만원대 전기차를 선보였다. 유럽 시장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와 안방을 지키려는 유럽 자동차 브랜드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친 무대였다.

○BYD 등 9개 中 브랜드 참가

프랑스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열린 2024 파리모터쇼에는 비야디(BYD), 샤오펑, 훙치,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브랜드 9곳이 참여했다. 중국 브랜드는 전체 완성차 브랜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역대급’ 규모를 과시했다.
BYD ‘시라이언7’  BYD 제공
BYD ‘시라이언7’ BYD 제공
유럽은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그동안 가장 공들여온 시장이다. 지난달부터 1000만원대 전기차 ‘T03’ 등을 유럽에서 판매중인 리프모터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첫 준중형 전기차 ‘B10’을 공개했다.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BYD는 3000만원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라이언7’ 등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다수 전기차를 전시했다.

1898년 시작해 올해 80회를 맞은 파리모터쇼는 디트로이트·제네바·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 함께 세계 5대 자동차 박람회로 꼽힌다.

이번 파리모터쇼는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추진과 맞물려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EU가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최고 45.3%로 인상하는 계획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모터쇼에 불참했던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도 모두 다시 돌아왔다. 안방을 사수하려는 유럽 브랜드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르노그룹은 가장 큰 5000㎡의 부스를 차렸다. 2000만원대 가격에 책정될 전기차 ‘트윙고’ 시제품을 전시했다. 2026년 출시 예정이다.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 시트로엥도 3000만원대에 출시될 전기차 ‘e-C3’를 전시했다.

○EU 관세 장벽 韓 반사이익 전망

시트로엥 ‘e-C3’ 스텔란티스 제공
시트로엥 ‘e-C3’ 스텔란티스 제공
미국과 달리 유럽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무역장벽을 두지 않았다.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성장했고, 유럽의 전통 자동차 강호들은 안방을 뺏겼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EU의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뛰었다.

뒤늦게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많다. 파리모터쇼에서도 EU의 관세 계획에 불만이 잇달아 표출됐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제조사들은 유럽에 공장을 설립해 관세 장벽을 우회할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유럽 진출로 유럽 역내 제조업체들이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업체들은 관세 인상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등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파리모터쇼 2024 기아 부스에서 소개되는 ‘EV3’.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파리모터쇼 2024 기아 부스에서 소개되는 ‘EV3’.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유럽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기회를 찾을지도 관심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를 막으면 한국 브랜드엔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8.2%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내려가는 등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 소형 전기 SUV인 EV3의 유럽 데뷔 무대로 파리모터쇼를 택했다. 기아가 파리모터쇼에 부스를 차린 것은 6년 만이다. 현대모비스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으로 파리모터쇼에 참가해 전략제품 10종을 공개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