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호위반 과실' 이유로 교통사고 보험금 환수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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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보험금환수 취소소송 패소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 행위 아냐"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 행위 아냐"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냈어도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8월 17일 충남 천안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상해를 입고 치료를 받으며 3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건보공단은 2023년 6월 12일 "이 사건 교통사고가 중대한 과실(교통신호 위반)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환수고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교통사고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야기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구 국민건강보험법상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서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중과실 여부는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만큼 교통신호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비춰 "원고의 연령, 운전 경력, 사고 장소와 시각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교통신호를 위반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오히려 원고가 시야 장애나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또는 판단 착오로 교통신호를 위반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원고의 부상이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판결문은 서울행정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8월 17일 충남 천안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상해를 입고 치료를 받으며 3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건보공단은 2023년 6월 12일 "이 사건 교통사고가 중대한 과실(교통신호 위반)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환수고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교통사고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야기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구 국민건강보험법상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서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중과실 여부는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만큼 교통신호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비춰 "원고의 연령, 운전 경력, 사고 장소와 시각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교통신호를 위반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오히려 원고가 시야 장애나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또는 판단 착오로 교통신호를 위반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원고의 부상이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판결문은 서울행정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