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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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지옥2'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풀었다.

연상호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이하 '지옥2') 인터뷰에서 "시즌1에서는 옴니버스 형식이었다면, 시즌2는 몇몇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며 "그래서 정진수의 부활부터 시작이 됐다"고 소개했다.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분)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1년 공개된 '지옥' 시즌1은 지옥행 고지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설정으로 삶과 죽음, 죄와 벌, 정의 등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에게 충격과 전율을 선사했다. 특히 시즌1은 2021 골든 토마토 베스트 호러 시리즈 부문 1위, 공개 열흘 만에 1억 1천만 시청 시간 기록, 93개국 TOP 10 리스트에 들어가는 달성하며 신드롬급의 인기를 끈 것은 물론 "당신의 영혼을 겨냥한 한국 블록버스터 시리즈"(IndieWire), "최소 10년간 회자될 명작"(The Guardian) 등 외신에서도 극찬받았다.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더욱 확장되고 깊어진 이야기를 선보였다는 평이다. 부활자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국면 속 소도와 새진리회, 화살촉 그리고 정부 간의 갈등을 그린 '지옥'은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속 각자의 신념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이 서로 얽히며 대립한다. 시즌1의 캐스트 김현주, 김신록부터 시즌2에서 새롭게 합류한 캐스트 김성철, 임성재, 문소리, 문근영의 열연이 '지옥' 세계관에 더 강렬한 몰입감을 더했다.

하지만 '지옥2' 촬영을 앞두고 불거진 주연 배우 교체는 우려로 꼽혀 왔다. 시즌1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은 '지옥2' 촬영을 앞두고 모발에서는 프로포폴을 비롯해 대마, 케타민, 코카인까지 총 4개 마약 성분에 양성 반응이 나왔고, 프로포폴을 2년의 기간 동안 100회 넘게 투약하고, 중독성과 부작용 때문에 3대 마약이라 불리는 코카인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이날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됐다.

유아인의 빈자리는 김성철이 채웠다. 김성철은 지옥의 실체를 경험한 정진수가 느끼는 두려움과 새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의 부활을 이용하는 모습을 다층적으로 그려냈다.

연상호 감독은 "시즌1과 같게 가져간 건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 정도"라며 "시즌1의 정진수와 시즌2의 정진수는 다른 인물이라 유아인 씨가 연기했어도 다른 캐릭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멀리서 보면 김성철 배우와 유아인 배우의 실루엣이 닮았다"면서 이질감이 없는 싱크로율이 된다고 자신했다.

연상호 감독은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이정표를 세웠던 '부산행'에 이어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여러 인간군상을 담은 '반도', '재차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 '방법'과 영화 '방법: 재차의'까지 디스토피아 세계의 정점을 보여주며 일명 '연니버스'라고 불리는 본인만의 세계관을 넓혀왔다.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드라마까지 플랫폼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 세계관을 확장해 소설가들과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기 위해 집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제가 만든 세상과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끝나지 않을 '지옥' 세계관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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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1 끝나고 시즌2를 구상했다고 했다.

형식을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 '지옥'을 구상한 건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였다. 시즌1을 돌이켜보면, 1부부터 3부까지 하나의 이야기, 4부부터 6까지가 하나의 이야기로 보인다. 만화 작업을 먼저 했는데 '환상특급', '블랙미러' 같이 큰 세계관 안에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최초 구상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브레인스토밍하면서 여러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시즌1이 끝나고 나서 일단 옴니버스 형식으로 갈 것인지, 하나의 중심인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시즌1에서 느낀 바를 봤을 때 한 줄기의 이야기로 만들면 좋지 않겠나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정진수의 부활부터 시작이 됐다. 그걸 줄기로 잡다 보니 전체 이야기를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콘셉트가 중요했다. 정진수와 박정자의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 정진수의 정체성은 공포고, 공포를 이용해 사람들을 단죄했고, 시즌2에서는 그의 희망이 이뤄지는 거라 생각했다. 박정자는 고지받고 지킬 수 없는 걸 지키려 하는 소시민이라는 콘셉트가 있었는데, 이번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표현했다.

▲ 시즌2에서는 어떻게 지옥을 구현했을까.

많이들 지옥이라 하면 불구덩이나 고통을 생각하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궁금한게 '그게 1000년이 지나도 고통일까' 싶더라. 100년까진 고통인데, 1000년 정도 지나면 출근하는 느낌이 아닐까 싶더라. 결과적으로 지옥은 예측불가능함이 기본이 되는 거 같다. 정의가 된다면 그건 지옥이 아닌 거 같다. 그래서 시즌2의 수많은 인간이 정의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거다.

▲ 새로운 캐릭터를 맡은 인물들이 새 얼굴이라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캐스팅을 할 때 의도를 많이 한다. 어떨 땐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필요하다. 박정자는 낯선 인물이 필요했다. 민혜진은 시작부터 정의로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대중들에게 신뢰감이 가는 배우가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지원도 화살촉의 강렬한 인물인데, 반전의 과거가 있다. 그런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기억의 해각'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강렬했다. 저도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 분장도 화제가 됐다.

원시적인 종교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원초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 싹튼다는 느낌을 줘야 해서, 원시적인 메이크업을 하길 바랐다. 그런데 아무래도 원시적인 메이크업은 다른 나라의 예가 많았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문화적 전유' 형태로 가져오질 않길 바랐다. 그래서 의상이나 이런 걸 한국적인 방식으로 맞춰갔다.

▲강렬하지만 비중이 생각보다 작아 놀랐다. 문소리 배우도 특별출연이라고 하고, 캐스팅 비법이 있나.

문근영 배우는 확답을 빨리 받았다. 역할을 재밌어하더라. 문소리 배우는 영화제에서 인사를 했고, 오랜만에 강수연 선배 장례식장에서 뵀다. 사실 그렇게 가깝지 않았는데 '술이나 한잔하자' 하셔서 술을 늦게까지 마셨다. 그때 '작업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이수경이라는 인물에 대해 가볍게 소개해드리고, 대본을 드렸다. 고민하셨다. 제가 얘길 잘하진 못한 거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강수연 선배가 만들어준 인연으로 했다'고 하시더라 .

▲ 촬영을 앞두고 정진수가 교체되지 않았나.

같은 걸 가져가는 건 의상과 헤어스타일 정도였다. 실루엣으로 보면 비슷하다. 천천히 들어가고 싶었다. 일부러 그렇게 한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즌1과 시즌2의 정진수와 많이 다르다. 만약 유아인 배우가 시즌2를 했다고 하더라도 달랐을 거다.

▲ 김신록 배우가 연기한 박정자의 변화도 놀랍다는 평이다.

'어떻게 연기할까요'라고 해서 과감하라고 했다. 시즌1에서 호평받으니 시즌2에서 못해도 '본전 아니겠느냐'고 했다.(웃음) 리얼리즘을 뺀 연기를 해달라는 의미였다. 시즌1에서 현실감 있는 연기로 주목받았는데 시즌2에선 그걸 벗어나라는 걸 주문한 거라 무리한 요청인 건 맞는데, 저는 시즌1 감독이라서 그만한 권리가 있지 않나 싶다.(웃음)

▲ 민혜진도 8년 만에 여전사가 되지 않았나.

변화의 끝단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정진수, 박정자는 극적인 변화를 했다면 민혜진은 항상 고민을 했다. 변화의 끝단에서 지키고 싶은 신념과 지켜야 하는 또 다른 신념인 아이를 위해 부딪히며 고민했다. 제가 이번 작품을 쓰면서 '찬란한 종말'이라는 키워드로 썼다. 민혜진이 그렇다. 민혜진이 배재현을 데리러 가면서 속 시원한 느낌을 보여달라고 했다. 감독의 시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 인물이 민혜진이었다.

▲ 정진수와 박정자만 부활했다. 어떻게 그들만 부활했을까.

부활자는 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수경이 언급했든 상징이 될 수 있는 인물은 제한이 있는 거다. 숨어서 시연 당한 사람들도 언젠가 부활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활의 시간도 넓다. 신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거라서. 부활의 이유가 궁금할 거다. 그 반응을 저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 언급하면 불안으로 만들어지는 카타르시스가 사라지는 거다. 이걸 말하는 건 NG 장면 공개 같은 느낌이다.

▲ 그렇다면 고지의 기준도 있을까.

랜덤과 규칙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의 관점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내일을 예측하는 거처럼 1000년 후를 예측하는 존재가 있다면 100년 동안 예측하는 게 1000년의 시각으로 봤을 때 어떤 인과 관계로 하는 건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었다. 탐구해서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100년이라는 시간 안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관점을 작품에서 담았다고 생각한다. 민혜진이 자신의 소신을 담은 소도를 파괴하고 재현을 데리고 탈출하는 것도 그의 세상이 파괴되는 거다. 그걸 민혜진은 종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이라고 본다.

▲ '지옥'의 다음을 생각하고 있을까.

다음 창작자들의 '지옥' 세계관 확장도 생각한다. 소설가들과 지옥 세계관에서 이야기도 작업 중이다. 연상호가 생각하는 세상은 좁다. 정진수의 거짓말 이야기가 있고, 시즌2에서는 이수경의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은 민혜진이 만들 얘기가 궁금하다. 민혜진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이야기가 거짓임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마지막에 배재현을 구출한 사람은 다른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증은 있다.

▲ 연상호라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워낙 많지 않나. 다작의 상징인데, 혹시 세계관의 혼란이나 이런 부분은 없나.

공통된 시선은 존재한다. '기생수'가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옥'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 이수경이라는 시스템을 상징하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있고, 제가 고민하는 테마는 존재한다. 다 어두침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제가 볼 땐 다 다르다. 장르적인 줄기도 흔들림도 없다. 촬영장에서 시간이 많다. 감독은 기다리는 게 일이다. 그리고 전 얘기하는 게 좋다. 조그마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계속 말하고, 그 리액션을 메모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살이 많이 빠졌다.

제가 당뇨가 있는 지 오래됐다. '반도' 때부터 그랬다. 그걸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다 심근경색으로 이어지고 스테이플러 시술을 했다. 제가 살이 빠져서 물어보더라.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좋은 상태다. 그전의 생활 습관과 굉장히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채, 단백질 중심으로 식단을 하고, 술도 거의 안먹는다. 담배도 부산에서 다시 폈는데, 이제 끊을 거다. 운동도 엄청나게 한다. '사람이 살라고 운동한다'고 아내가 그런다. 강박이 생겼다. 주변에서 그러더라. '그러면 더 오래 산다'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