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 바닥 뚫은 글로벌 경매시장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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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한빛의 아메리칸 아트 살롱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 & 소더비
상반기 매출 및 시장 전망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 & 소더비
상반기 매출 및 시장 전망
이번 달 20일, 소더비 뉴욕에서는 특별한 ‘바나나’가 경매에 오릅니다. 추정가 범위는 100만달러(한화 약 14억원)~150만달러(20억원). 뭘로 만들어졌길래 20억을 호가하나 싶지만, 사실 진짜 바나나입니다. 괴짜 개념미술가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이 이 바나나의 이름입니다.
2019년 미국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아트 바젤에 출품된 이 작품은 벽에 바나나를 덕 테이프로 붙인 아주 간단한 설치물입니다. 당시, 개인 컬렉터에게 12만달러(1억6천만원)에 팔려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이제는 그 10배 가격에 경매에 나오는 것입니다.
바나나가 가을 경매시장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미국 미술 경매시장은 처참한 상황입니다. 올 상반기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와 소더비 매출을 보면 ‘처참하다’는 표현도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정도입니다. ‘이번 세기 미술시장 중 최악의 재무성과’라는 평도 나왔으니까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경매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각 마이너스 22%, 마이너스 25%입니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회사로 본인들이 발표하기 전엔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습니다만, 크리스티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을 공개한 것에 이어 이번에도 발표했고, 소더비는 아부다비 국부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팩트 시트가 공개됐습니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 성장을 구가했던 미술시장이 이미 바닥을 뚫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하강 국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악의 재무성과’ 딱지 붙은 양대 경매사
크리스티는 지난 7월 초, 올 상반기 경매 매출이 21억달러(2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엔 27억달러, 2022년 35억달러였으니 2년만에 약 40%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경매사의 매출은 크게 공개 경매(Public auction)와 프라이빗 세일로 나뉩니다.
공개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그 거래금액이 쉽게 노출되지만, 프라이빗 세일은 말 그대로 비공개 거래라 구매자·판매자·거래금액 모두 알 방법이 없습니다. 크리스티는 최근 몇 년간 공개 경매와 프라이빗 세일 매출 규모를 모두 공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프라이빗 세일 규모가 빠졌습니다. 발표하지 말아야 할 만큼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실제로 크리스티의 2021년과 2023년 프라이빗 세일은 8억 5000만달러에서 4억 8400만달러로 줄어드는 상황이었기에, 이 추세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런가 하면 소더비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88% 감소한 1810만달러(25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FT는 “미술시장의 침체로 핵심 이익이 88% 줄었고, 경매 매출은 25% 감소했다. 퇴직금과 법적 합의금 같은 추가 비용을 제한 조정된 Ebitda도 6740만달러(-60%)에 그쳤다”고 전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 경매 부문 수익은 5억5850만달러(7726억원)로 전년동기(7억1230만달러)대비 22% 감소했습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소더비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10억달러를 올해 말까지 대주주인 페트릭 드라히에게 펀딩하기로 했습니다. 이 중 7억 달러는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6월 말 현재 기준 소더비의 장기부채는 18억달러가 넘습니다. 자본조달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소더비의 총부채는 약 43억달러에 달합니다. 메이 앤 모제스 인덱스(Mei and Moses Art Index)개발자이자 미술 시장 분석가로 유명한 마이클 모세와 JP 메이는 올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JP Mei & MA Moses Art Market Consultancy는 최근 ‘2024년 봄 경매 시즌은 얼마나 나빴을까? 재정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지난 24년 동안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에서 거래된 미술품 재경매를 분석했습니다. 약 5만건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1970년 이후 경매에서 처음 거래된 작품 중 재경매된 작품들만이 이번 보고서의 분석 대상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재경매된 물건의 거래가의 연 복리 수익률과 해당 수익률의 표준편차(시간경과에 따른 수익률 변화를 측정)를 계산했습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다른 자산과 수익률 비교가 훨씬 수월합니다.
보고서는 “2024년의 재경매 물건 평균 수익률은 거의 0에 수렴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평균 수익률은 2007년을 0.13%, 이전 최저치는 0.02%인 2009년 금융위기 때였다”고 전합니다.
쉽게 말해 이전 구매한 물건을 올 상반기 경매에 내놓았다면 구매가에 겨우 판매할 수 있었다는 해석입니다. 모네와 같은 블루칩 작가는 평균 수익률 7%를 보였지만, 데미안 허스트는 2.3% 하락했습니다. 급격하게 가격이 올랐던 울트라 컨템포러리 회화는 마이너스 8.25%를 기록했습니다. 그마저도 3분의 1은 유찰됐습니다. 상반기 유찰률은 33%로, 2023년 24%에 비해서도 꽤 높아진 수치입니다.
경매시장 빙하기 그 원인은…
경매시장의 ‘빙하기’를 놓고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합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중국 큰 손들의 변화입니다. 사치품 소비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2분기 중국경제 성장률은 4.7%로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명품 소비도 줄어드는 마당에 또 하나의 럭셔리 재화인 미술품에도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죠. 이외에도 미국 대선 이슈도 있습니다. 재정 및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은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매, 이동, 대금 지불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숨죽이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죠.
그러나 정말 중국과 선거가 원인일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9월 발간한 ‘아트마켓 2024 가을 업데이트’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과 높은 인플레이션, 이자율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거로는 대선이 있었던 2012년 11월 경매(저녁)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었고, 2004년엔 37% 늘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미술시장은 세계 경제의 등락과 맥을 같이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 급락했고, 2016년엔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그에 따른 자유 무역 우려로 인한 불확실성에 시장이 저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대선보다는 컬렉터들이 재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대출 비용이나 투자 수익 등)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합니다. 미술시장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계속해서 조정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해 보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술시장은
크리스티가 사상 최대의 매출을 냈던 건 지난 2022년입니다. 84억 달러(11조6200억원)로 이전해보다 17%나 성장한 수치였죠. 그 배경엔 ‘폴 앨런 컬렉션’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이자 미술애호가였던 폴 앨런은 사후 자신이 모았던 작품을 자선경매로 내놓았습니다. 경매 규모는 16억2000만 달러(2조2400억원). 단일 경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물론 성과를 놓고 축배를 드는 목소리가 컸지만, 한편에선 이렇게 유명한 컬렉션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크리스티의 입장은 간단했습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오바나 베르타조니 20세기 21세기 미술 부회장은 “우리는 이 같은 훌륭한 컬렉션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작품을 모은 컬렉터들이 ‘컬렉팅 서클’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으니까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속으로 미술품이 세대를 건너 이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손바뀜 외에도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는 자산가들이 미술품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BoA 보고서에서는 “지난 몇 년간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자산가의 수가 늘었다”며 “2026년까지 미술품 컬렉션의 추정 가치가 2조8000억 달러(3873조 8000억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초고액 순자산(UHNW) 개인 포트폴리오의 약 1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투자자가 노년층보다 미술품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BoA Private Bank Study of Wealthy Americans’에 따르면 컬렉터의 56%가 미술품을 재테크 관리 전략의 일부로 고려하고 있고, 밀레니얼과 Z세대 컬렉터 98%는 미술품을 자선 기부(52%), 세무 계획(48%), 유동성 전략(28%)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빅스텝 금리 인하 카드를 깔고 출발하는 바나나는 과연 경매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요? 결과는 3주가량 뒤면 나옵니다.
이한빛 칼럼니스트
바나나가 가을 경매시장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미국 미술 경매시장은 처참한 상황입니다. 올 상반기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와 소더비 매출을 보면 ‘처참하다’는 표현도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정도입니다. ‘이번 세기 미술시장 중 최악의 재무성과’라는 평도 나왔으니까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경매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각 마이너스 22%, 마이너스 25%입니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회사로 본인들이 발표하기 전엔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습니다만, 크리스티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을 공개한 것에 이어 이번에도 발표했고, 소더비는 아부다비 국부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팩트 시트가 공개됐습니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 성장을 구가했던 미술시장이 이미 바닥을 뚫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하강 국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악의 재무성과’ 딱지 붙은 양대 경매사
크리스티는 지난 7월 초, 올 상반기 경매 매출이 21억달러(2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엔 27억달러, 2022년 35억달러였으니 2년만에 약 40%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경매사의 매출은 크게 공개 경매(Public auction)와 프라이빗 세일로 나뉩니다.
공개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그 거래금액이 쉽게 노출되지만, 프라이빗 세일은 말 그대로 비공개 거래라 구매자·판매자·거래금액 모두 알 방법이 없습니다. 크리스티는 최근 몇 년간 공개 경매와 프라이빗 세일 매출 규모를 모두 공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프라이빗 세일 규모가 빠졌습니다. 발표하지 말아야 할 만큼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실제로 크리스티의 2021년과 2023년 프라이빗 세일은 8억 5000만달러에서 4억 8400만달러로 줄어드는 상황이었기에, 이 추세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런가 하면 소더비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88% 감소한 1810만달러(25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FT는 “미술시장의 침체로 핵심 이익이 88% 줄었고, 경매 매출은 25% 감소했다. 퇴직금과 법적 합의금 같은 추가 비용을 제한 조정된 Ebitda도 6740만달러(-60%)에 그쳤다”고 전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 경매 부문 수익은 5억5850만달러(7726억원)로 전년동기(7억1230만달러)대비 22% 감소했습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소더비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10억달러를 올해 말까지 대주주인 페트릭 드라히에게 펀딩하기로 했습니다. 이 중 7억 달러는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6월 말 현재 기준 소더비의 장기부채는 18억달러가 넘습니다. 자본조달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소더비의 총부채는 약 43억달러에 달합니다. 메이 앤 모제스 인덱스(Mei and Moses Art Index)개발자이자 미술 시장 분석가로 유명한 마이클 모세와 JP 메이는 올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JP Mei & MA Moses Art Market Consultancy는 최근 ‘2024년 봄 경매 시즌은 얼마나 나빴을까? 재정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지난 24년 동안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에서 거래된 미술품 재경매를 분석했습니다. 약 5만건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1970년 이후 경매에서 처음 거래된 작품 중 재경매된 작품들만이 이번 보고서의 분석 대상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재경매된 물건의 거래가의 연 복리 수익률과 해당 수익률의 표준편차(시간경과에 따른 수익률 변화를 측정)를 계산했습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다른 자산과 수익률 비교가 훨씬 수월합니다.
보고서는 “2024년의 재경매 물건 평균 수익률은 거의 0에 수렴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평균 수익률은 2007년을 0.13%, 이전 최저치는 0.02%인 2009년 금융위기 때였다”고 전합니다.
쉽게 말해 이전 구매한 물건을 올 상반기 경매에 내놓았다면 구매가에 겨우 판매할 수 있었다는 해석입니다. 모네와 같은 블루칩 작가는 평균 수익률 7%를 보였지만, 데미안 허스트는 2.3% 하락했습니다. 급격하게 가격이 올랐던 울트라 컨템포러리 회화는 마이너스 8.25%를 기록했습니다. 그마저도 3분의 1은 유찰됐습니다. 상반기 유찰률은 33%로, 2023년 24%에 비해서도 꽤 높아진 수치입니다.
경매시장 빙하기 그 원인은…
경매시장의 ‘빙하기’를 놓고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합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중국 큰 손들의 변화입니다. 사치품 소비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2분기 중국경제 성장률은 4.7%로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명품 소비도 줄어드는 마당에 또 하나의 럭셔리 재화인 미술품에도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죠. 이외에도 미국 대선 이슈도 있습니다. 재정 및 통화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은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매, 이동, 대금 지불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새로운 행정부의 정책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숨죽이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죠.
그러나 정말 중국과 선거가 원인일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9월 발간한 ‘아트마켓 2024 가을 업데이트’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과 높은 인플레이션, 이자율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거로는 대선이 있었던 2012년 11월 경매(저녁)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었고, 2004년엔 37% 늘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미술시장은 세계 경제의 등락과 맥을 같이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 급락했고, 2016년엔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그에 따른 자유 무역 우려로 인한 불확실성에 시장이 저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대선보다는 컬렉터들이 재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대출 비용이나 투자 수익 등)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합니다. 미술시장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계속해서 조정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해 보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술시장은
크리스티가 사상 최대의 매출을 냈던 건 지난 2022년입니다. 84억 달러(11조6200억원)로 이전해보다 17%나 성장한 수치였죠. 그 배경엔 ‘폴 앨런 컬렉션’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이자 미술애호가였던 폴 앨런은 사후 자신이 모았던 작품을 자선경매로 내놓았습니다. 경매 규모는 16억2000만 달러(2조2400억원). 단일 경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물론 성과를 놓고 축배를 드는 목소리가 컸지만, 한편에선 이렇게 유명한 컬렉션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크리스티의 입장은 간단했습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오바나 베르타조니 20세기 21세기 미술 부회장은 “우리는 이 같은 훌륭한 컬렉션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작품을 모은 컬렉터들이 ‘컬렉팅 서클’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으니까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속으로 미술품이 세대를 건너 이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손바뀜 외에도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는 자산가들이 미술품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BoA 보고서에서는 “지난 몇 년간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자산가의 수가 늘었다”며 “2026년까지 미술품 컬렉션의 추정 가치가 2조8000억 달러(3873조 8000억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초고액 순자산(UHNW) 개인 포트폴리오의 약 1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투자자가 노년층보다 미술품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 ‘BoA Private Bank Study of Wealthy Americans’에 따르면 컬렉터의 56%가 미술품을 재테크 관리 전략의 일부로 고려하고 있고, 밀레니얼과 Z세대 컬렉터 98%는 미술품을 자선 기부(52%), 세무 계획(48%), 유동성 전략(28%)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빅스텝 금리 인하 카드를 깔고 출발하는 바나나는 과연 경매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요? 결과는 3주가량 뒤면 나옵니다.
이한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