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듐 값 급등…미국, 러시아 제재하다 제발등 찍나 [원자재 포커스]
팔라듐 선물 가격이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이 지난주 세계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의 팔라듐 수출에 대한 제재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 선물 12월 인도분 계약은 온스당 1239.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3일 이후 5거래일 만에 14.45%나 상승했다. 이는 최대 생산국 러시아의 팔라듐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료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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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4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산 팔라듐과 티타늄 수출에 대한 제재를 검토해 달라고 주요 7개국(G7) 동맹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워싱턴DC에는 세계 각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연례 회의를 위해 집결했었다.

러시아 최대 팔라듐 생산업체인 MMC노릴스크니켈은 전 세계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며, 주로 중국에 팔라듐을 판매하고 일부는 미국에 수출한다.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팔라듐 수출액은 약 65억5000만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팔라듐은 여러 화학 공정에서 촉매로 사용됨은 물론 전자재료, 치아 보철 재료, 외과 수술용 기구, 귀금속 장신구 등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팔라듐은 고순도 수소 생산에도 쓰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팔라듐은 주로 가솔린 엔진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인 촉매변환기 등에 사용되는데 내연기관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팔라듐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 공급망 혼란으로 가격이 급등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한 팔라듐 시세는 지난 8월에 7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단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부각되면서 두 달여 만에 48% 이상 급등했다. 러시아 물량을 빼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캐나다·미국의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티타늄의 경우 현재까지 두드러진 가격 변동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티타늄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나 반도체, 항공기 등의 핵심 소재인 탓에 거래를 차단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니켈, 티타늄, 우라늄 등의 수출을 제한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