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이 29일 서울 역삼동 푸드테크협의회 사무실에서 푸드테크산업의 발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이 29일 서울 역삼동 푸드테크협의회 사무실에서 푸드테크산업의 발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푸드테크는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 열쇠다.”

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은 29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 열쇠로 푸드테크산업을 첫손에 꼽았다. 이 회장은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농촌과 음식점, 학교 급식실 등 식품의 생산·소비와 관련된 곳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조리·서빙 로봇이나 종업원 대신 예약과 주문을 받아주는 키오스크·테이블오더 플랫폼 등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이끄는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푸드테크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민관 협력, 기술 발전 지원 등을 추진하는 단체다. 신세계푸드, 롯데중앙연구소, 트릿지, 서울대 등이 공동회장단을 구성하고 있으며 지난해 1월 출범했다. 푸드테크 관련 기업, 기관, 학교 등 약 40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푸드테크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이 회장의 활동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협의회는 다음달 18~19일 서울대와 함께 월드푸드테크포럼을, 20~23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월드푸드테크 엑스포&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다음달부터는 협의회 이름을 월드푸드테크협의회로 바꾼다”며 “한국을 세계 푸드테크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푸드테크를 활용하면 인구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매년 생산되는 농산물의 12%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28%가량은 음식 쓰레기로 버려진다”며 “업사이클링, 친환경 포장재, 세포 배양육 기술을 통해 낭비되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푸드테크가 농촌 혁신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혁신적인 유통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소멸 위기를 겪는 농촌에서도 냉동김밥, 춘천 감자빵처럼 지역 명물이 탄생할 수 있다”며 “청년 농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전통적인 식품 분야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가 앞다퉈 푸드테크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한국은 로봇, 디지털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 푸드테크산업을 키우려면 학교, 군부대 등 공공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장동력이 민간으로 확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푸드테크산업 육성법’의 조속한 제정도 촉구했다. 이 법은 정부의 푸드테크산업 지원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법이지만 여야 정쟁에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유통 플랫폼, 세포배양 식품, 조리 로봇 등 비식품 분야를 아우르려면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