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설 "치열한 요리 대결 예상했는데…남은 것은 협력의 감동"
요리는 끝났지만, 불판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최종 우승자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모바일 앱 예약이 10만 건 넘게 몰렸고, 수십 명의 본선 참가자 셰프 식당은 지금도 발 디딜 틈 없이 문전성시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얘기다.

장장 1년2개월의 제작 기간이 걸린 이 요리 쇼의 모든 과정에는 28년 차 ‘방송가 최고참’ 모은설 방송작가(사진)가 있었다. 모 작가는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작업공간에서 기자와 만나 “의도치 않게 작게나마 세상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 됐다”며 “백수저(유명 스타 셰프)조차 경기 침체로 힘들다고 할 정도로 외식업계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모 작가는 리얼리티 쇼의 목표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전개된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진흙탕 싸움을 예상했지만, 과정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요리사들은 질 것이 뻔하더라도 요리 대가와 진검승부하며 제대로 배우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모 작가는 대학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기자를 꿈꿨지만 1997년 KBS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가 인생을 바꿨다. 선배의 권유로 여름방학 때 이 프로그램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돼 방송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올해로 28년째다. ‘김승우의 승승장구’ ‘미녀들의 수다 시즌1’ ‘해피선데이’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도맡았다. 최근에는 ‘뭉쳐야 찬다’ ‘뭉쳐야 뜬다’ 등의 프로그램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숙명은 섭외다. 흑백요리사는 압도적인 출연자 라인업을 꾸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를 필두로 12명의 방송작가가 섭외 전쟁을 벌였다. 그는 섭외의 비법에 대해 “출연자가 방송에 나와 얻는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 진심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시청자의 관심은 이제 ‘시즌2’에 쏠린다. 고든 램지 출연설도 나온다. 모 작가는 이에 대해 “곧 접촉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만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영향력이 세상을 더 이롭게 하자는 취지는 시즌2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즌1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게 모든 제작진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글=박종필/사진=김범준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