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형택 기자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형택 기자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실험적인 연극으로 이름을 알린 연출가다. 2001년부터는 극단 ‘풍경’을 이끌며 2008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수상작 ‘첼로’를 포함해 연극 ‘하녀들’ ‘이영녀’ 등을 무대에 올렸다. 일반적인 이야기 구조를 거부하고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었다.

29일 만난 박 감독에게 소싯적 작품으로 추구하려 했던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예술가로서 ‘날’이 서 있었다”며 “이야기로 감성을 일으키는 연극보다 인간을 탐구하고 파고드는 작품들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작가주의 성향을 드러냈던 박 감독은 지난 4월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았다. 반년 동안 그는 예술가보다 국립 문화단체의 수장으로서 면모를 강하게 풍겼다. 박 감독은 “저의 극단이나 팬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제는 스토리도 명확하고 대중적인 관심을 끌 만한 작품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극단은 ‘관객추천지수’를 활용해 재공연할 작품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관객추천지수는 극단 공연을 본 관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설문조사를 수치로 보여준다. 국립극단은 이들 수치로 관객이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을 구분한다.

박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은 2년 반 동안의 목표를 묻자 박 감독은 “한국 연극의 해외 진출”을 꼽았다. 그는 올해 ‘국제교류전문 PD’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출가가 작품 제작에 집중한다면, 국제교류전문PD는 해외 유명 연극제와 페스티벌의 예술감독과 네트워킹 형성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박 감독은 “국제교류전문PD를 채용해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의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부터는 해외 페스티벌에서 국립극단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극이 문화적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말의 리듬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좋은 번역을 거치면 세계 무대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도 번역에 공을 들여서 해외 독자에게 인정받았잖아요. 대한민국 국립극단도 한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 무대에 오르는 위상을 가지도록 노력할 겁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