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기 전만 해도 특근 수당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n잡러’ 신세가 됐다. 예전 수입을 유지하려면 줄어든 특근만큼 다른 일을 더 해야 했다. 그래야 아이들 양육비 등 고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어서다.

20대 대학생 B씨도 n잡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휴수당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기존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알바’로 바꾸면서다. 주휴수당 부담이 그나마 안정적이던 아르바이트생 일터 환경을 해친 셈이다.

주52시간제 시행, 최저임금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부업에 뛰어든 직장인과 쪼개기 알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53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지난달 기준 281만9000명으로 5년 전 같은 달보다 109만8000명 감소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982명을 조사한 결과 89%가 ‘n잡’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현재 n잡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은 37.8%, ‘n잡을 해봤다’는 직장인은 51.2%에 달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n잡러가 된 셈이다.

여기에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던 때에는 특근 등으로 생계를 유지한 이들이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소득이 감소하자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n잡러로 나선 영향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아르바이트생 근무지를 늘려놓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취업자는 지난달 기준 170만6000명이었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7만4000명 증가했고 5년 전보다는 38만4000명 늘어났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서면서 쪼개기 알바는 더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으로 10년 전인 2015년(5580원)의 두 배가량으로 올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