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궤도 이탈' 국정감사, 언제까지 방치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민 '정치 불신'의 근원은
타협 없이 다투기만 하는 국회
정책 비판·대안 제시 실종된
국감장선 고성과 막말만 가득
'국감 무용론' 잠재우려면
행정부 감사 집중하는 개혁 필요
김인영 한림대 교수·도헌학술원 융합단장
타협 없이 다투기만 하는 국회
정책 비판·대안 제시 실종된
국감장선 고성과 막말만 가득
'국감 무용론' 잠재우려면
행정부 감사 집중하는 개혁 필요
김인영 한림대 교수·도헌학술원 융합단장
국민의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20%에 턱걸이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각각 30%에 머물렀다. 국민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개혁도 민생도 비전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고 정치인이 비호감의 대상이 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는 어려운데 다투기만 하는 국회 모습과 용산의 ‘뭐가 문젠데’식 국정 운영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일하는 국회, 존중과 타협의 정치가 사라지고 여야 격돌만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보면 대실망이다. 바뀐 것이 없다. ‘맹탕’에 고성·막말·동행명령장·‘하니’(뉴진스)를 빼고 기억이 없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행정부 전체를 감사하고 견제하라는 중요성 때문에 ‘국정 전반에 관하여’라고 포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15개 상임위에서 종료된 국감은 행정부 상대 정책 질의는 사라지고 ‘이재명 방탄·김건희 조사’만 있었다. 출석 증인 윽박, 상대 의원에게 고함치기, 동행명령장 발부만 일상화했다. 행정부 정책 비판, 대안 제시라는 본질에 벗어나 국민의 정치혐오를 키우는 국정감사는 이제 필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국정감사는 제헌헌법부터 제3공화국까지 헌법에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로 구분해 실시했다. 유신 시기에는 부패의 온상이 되며 정부기관의 사무 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국정감사권이 삭제됐다가 제5공화국에서 국정조사권으로 축소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정감사권으로 부활했고 정부 감시의 상징적 제도로 자리 잡았다. 제13대 국회 1988년 국정감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삼청교육대, 신군부 언론통폐합 등 과거 폭로의 장이 되면서 주목받았다.
국정감사의 본질은 행정부 정책·예산 집행을 감사하고 행정부와 국회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국민에게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회의 무리한 자료 요구와 대규모 행정부 간부 출석 요구가 문제가 됐다. 올해 최악의 ‘맹탕 국감’ 이유는 여야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과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는 국감 사안으로 보기 힘든 정치 쟁점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파행을 자초한 데 있다.
무엇보다 국감 국회의원들의 증인·참고인에 대한 호통, 심문하는 듯한 질의는 국민의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언행이었다. 더욱이 증인·참고인에 대한 수사기관식 질의, 이재명 대표 범죄 혐의를 부정하는 질의는 행정부의 수사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에 대한 침해이기에 신중해야 했다. 입법 영역을 넘어선 삼권분립 침해는 국감 본질이 아니다.
올해 국감에서도 고질적인 기업인 증인 호출과 장기 대기는 반복됐다. 기업인 증인 수도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기업인 증인 채택이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 2023년 95명으로 주춤했다가 올해 159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민간영역 기업인은 국감의 공식 대상이 아니다. 입법과 예산에 참고로 부르는 것인데 굳이 바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7시간 기다려 3분40초 답변하기’ 국감은 보여주기식 포퓰리즘이다. 기업 CEO를 강자로, 국민을 약자로 이분하는 시각이다.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을 지양하고 문서 답변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감은 과거 관련기관 순시의 수박 겉핥기로 실망을 줬는데 올해는 ‘방탄’으로 본질에 충실하지 못했다. 국감을 쇄신해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의회는 국정조사 기능은 수행하지만, 시찰·호통식 감사는 하고 있지 않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식 국감을 바꿀 때가 됐다. 개헌이 필요해서 당장은 어렵지만, 감사원을 국회로 가져와 1년 상시 행정부 정책·재무를 감사하게 하고 상임위가 결과를 보고받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그 이전까지 국감에서만큼은 행정부 감사에 집중해 ‘국감 무용론’을 잠재우고 국민 정치혐오를 줄여야 한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고 정치인이 비호감의 대상이 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는 어려운데 다투기만 하는 국회 모습과 용산의 ‘뭐가 문젠데’식 국정 운영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일하는 국회, 존중과 타협의 정치가 사라지고 여야 격돌만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보면 대실망이다. 바뀐 것이 없다. ‘맹탕’에 고성·막말·동행명령장·‘하니’(뉴진스)를 빼고 기억이 없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행정부 전체를 감사하고 견제하라는 중요성 때문에 ‘국정 전반에 관하여’라고 포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15개 상임위에서 종료된 국감은 행정부 상대 정책 질의는 사라지고 ‘이재명 방탄·김건희 조사’만 있었다. 출석 증인 윽박, 상대 의원에게 고함치기, 동행명령장 발부만 일상화했다. 행정부 정책 비판, 대안 제시라는 본질에 벗어나 국민의 정치혐오를 키우는 국정감사는 이제 필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국정감사는 제헌헌법부터 제3공화국까지 헌법에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로 구분해 실시했다. 유신 시기에는 부패의 온상이 되며 정부기관의 사무 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국정감사권이 삭제됐다가 제5공화국에서 국정조사권으로 축소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정감사권으로 부활했고 정부 감시의 상징적 제도로 자리 잡았다. 제13대 국회 1988년 국정감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삼청교육대, 신군부 언론통폐합 등 과거 폭로의 장이 되면서 주목받았다.
국정감사의 본질은 행정부 정책·예산 집행을 감사하고 행정부와 국회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국민에게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회의 무리한 자료 요구와 대규모 행정부 간부 출석 요구가 문제가 됐다. 올해 최악의 ‘맹탕 국감’ 이유는 여야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과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는 국감 사안으로 보기 힘든 정치 쟁점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파행을 자초한 데 있다.
무엇보다 국감 국회의원들의 증인·참고인에 대한 호통, 심문하는 듯한 질의는 국민의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언행이었다. 더욱이 증인·참고인에 대한 수사기관식 질의, 이재명 대표 범죄 혐의를 부정하는 질의는 행정부의 수사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에 대한 침해이기에 신중해야 했다. 입법 영역을 넘어선 삼권분립 침해는 국감 본질이 아니다.
올해 국감에서도 고질적인 기업인 증인 호출과 장기 대기는 반복됐다. 기업인 증인 수도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기업인 증인 채택이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 2023년 95명으로 주춤했다가 올해 159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민간영역 기업인은 국감의 공식 대상이 아니다. 입법과 예산에 참고로 부르는 것인데 굳이 바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7시간 기다려 3분40초 답변하기’ 국감은 보여주기식 포퓰리즘이다. 기업 CEO를 강자로, 국민을 약자로 이분하는 시각이다.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을 지양하고 문서 답변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감은 과거 관련기관 순시의 수박 겉핥기로 실망을 줬는데 올해는 ‘방탄’으로 본질에 충실하지 못했다. 국감을 쇄신해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의회는 국정조사 기능은 수행하지만, 시찰·호통식 감사는 하고 있지 않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식 국감을 바꿀 때가 됐다. 개헌이 필요해서 당장은 어렵지만, 감사원을 국회로 가져와 1년 상시 행정부 정책·재무를 감사하게 하고 상임위가 결과를 보고받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그 이전까지 국감에서만큼은 행정부 감사에 집중해 ‘국감 무용론’을 잠재우고 국민 정치혐오를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