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을 냈다. KB 신한 하나 등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합산 순이익은 5조4741억원에 달했다. 금리 인상이 가속화한 2022년 3분기(5조6386억원)에 버금가는 수치다.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수익성이 나빠진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반기기 어렵다. 이들 수익의 대부분은 은행 예대마진에서 나왔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지난 7월부터 대출금리를 연달아 올렸다. 7, 8월에만 가산금리를 20회 이상 인상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시장 전망을 반영해 떨어뜨렸다. 이번엔 가계대출 관리와 기준금리 인하라는 다른 명분으로 이자 장사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기에도 서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고, 예금자 이자 수입은 줄고 있다. 이는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땅 짚고 헤엄치면서 역대급 이익을 얻다 보니 혁신은 안중에 없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은행은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희망퇴직자들에게 6조5422억원을 지급했다. 1만6236명의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4억원을 준 셈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어제 열린 ‘제9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은행 이자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도 궁극적으로는 금융이 과연 충분히 혁신적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지적한 배경이다.

은행은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부담과 위험은 소비자에게 떠넘긴 채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는 것은 자해적이다. 가계와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금리 인하 혜택을 돌리는 동시에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