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경기 하강 우려와 선거 리스크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향후 시장 방향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낙관론’과 하락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비등한 모양새다. 낙관론자들은 수출주에, 신중론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쓰라고 조언했다.
美 대선 이후 한국 증시 어디로…"2600서 반등" vs "최악땐 2100"

“2600선 아래에서 사라”

29일 코스피지수는 0.21% 오른 2617.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0.5% 상승한 744.18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힘겨루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한 날은 이달 들어 한 번도 없었다. 1% 이상 움직인 경우도 6거래일에 그쳤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이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며 금리가 오르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살얼음판 증시가 이어지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 적자를 심화할 수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점쳐지면서 미국 금리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 외 다른 지역 자산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고 빅테크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에는 증시가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과 내년 시장 흐름에 관해 각각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600선에서 바닥을 다지고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 가격 부담이 없는 데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는 시장금리가 다시 하락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주장이다. 현재 국내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로 미국(2.87배)은 물론 일본(1.32배)과 중국(1.2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대선 이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며 “외국인은 대선 이후 순매수 방향으로 선회할 개연성이 높고, 2600선 이하 구간은 연말과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최저점”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과 실적 하향에 따른 불안감이 선반영돼 있다”며 “다음달 코스피지수가 반전을 보이며 2750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美 증시 고점…한국도 하강 불가피”

미국 경기와 증시 하강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 경제 흐름이 꺾이면 국내 증시 또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부터 내년까지 코스피지수 저점을 2100포인트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154년 역사상 2000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로 고평가됐다”며 “과거 기술주 거품 당시 저점에 대입해 보면 내년 코스피지수 바닥은 2100포인트”라고 말했다.

관점에 따라 증시 대응 전략도 정반대로 갈린다. 향후 경기를 낙관하는 쪽에선 수출주와 성장주를, 리스크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고배당주를 추천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