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입성을 위해 격전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미국 부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20%의 보편 관세,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공약을 내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무역협정(USMCA)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대미 주요 수출국인 한국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의 불똥에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관세 폭탄' vs 해리스 '북미협정 칼질'…자유무역 막내린다

대중 관세에 한국 유탄 맞을 수도

2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통상과 관련해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20%,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멕시코산 중국 자동차에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통상 정책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미국 측의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에 대한 60% 관세 적용도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대중 관세가 60%로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중국 내 완제품 생산을 위해 한국의 중간재 생산 활동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60% 고율 관세를 맞으면 연간 42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출품 중 일부를 한국과 유럽 등에 덤핑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USMCA 개정할 듯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견제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 간 무역협정인 USMCA의 이행 사항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USMC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2020년 발효됐다. 2026년이 이행 사항을 점검하는 첫 시점이다. USMCA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에 무(無)관세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 산업계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이를 악용해 멕시코 내 생산으로 관세를 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등 국내 기업도 멕시코에 잇달아 공장을 지은 만큼 USMCA 개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원산지 규정이 강화되면 한국 기업은 예외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자유무역체제 종언 위기”

학계는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이던 2018년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겼을 때 유럽연합(EU)도 할리데이비슨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관세 인상이 90년 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대공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 고율 관세를 물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이 보복 관세, 수입 제한 등에 나서 국제 무역이 위축되고 세계 각국이 피해를 봤다.

다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와 관련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관세는 미국 소비자의 물가를 올린다”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등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