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기후 공시 의무 도입...지속가능 금융 허브 노린다 [홍콩은 지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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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아시아의 지속가능금융 허브로서 글로벌 지속가능성 표준에 기반한 기후 공시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 주도로 녹색채권 활성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신뢰할 수 있는 ESG 데이터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경ESG] ESG NOW - 2026년 ESG 공시 의무화한 홍콩
“우리의 금융 생태계는 녹색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촉진할 수 있다. 내년부터 홍콩은 기후 공시를 시작한다. 정부와 금융, 기업의 협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고자 한다.”
지난 10월 30일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후이 홍콩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렇게 말하며 지속가능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허브로서 선도적 역할을 굳건히 하기 위해 정부 주도 아래 지속가능한 금융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홍콩은 2019년 정부 주도로 녹색채권 프로그램을 시작해 올해에만 2200억 홍콩달러(약 39조 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또 홍콩에서 230개 이상 ESG 펀드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았다. 홍콩에서 지난해 대비 ESG 펀드 수는 19%, 자산은 8% 증가했다.
최근 지속가능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홍콩정부가 발행한 녹색채권은 250억 홍콩달러(약 4조4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청약 금액이 1200억 홍콩달러(약 21조 원)를 훌쩍 넘었다. 후이 장관은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 지속가능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2026년부터 기후 공시 도입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2025 회계연도부터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 1·2(직간접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했다. 따라서 실제 공시 시점은 2026년부터다. 이는 2025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배출량 공시를 단계별로 의무화하는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홍콩 항셍종합라지캡지수(HSLI)에 편입된 상위 200개 대기업은 2026 회계연도(공시 시점 2027년)부터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를 공시해야 한다. 1년간 스코프 3 의무 공시 대상인 상위 200개 기업에는 원칙 준수 혹은 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을 적용한다. 이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당초 홍콩은 ISSB의 기후 관련 공시기준(S2)을 바탕으로 기후 정보를 2024년부터 공시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기업들과 논의한 끝에 기후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유예했다.
이와 함께 홍콩은 최근 개발된 ISSB 표준을 올해 안에 그대로 채택하는(full adoption) 로드맵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ISSB는 이를 ‘글로벌 베이스라인’으로 두고 국가별로 상황에 맞게 채택하도록 권유했지만, 홍콩은 ISSB 기준에 거의 일치하는 공시기준을 도입해 ISSB 기준에 적극 대응하는 세계 최초 관할권(jurisdiction)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후이 장관은 “홍콩은 ISSB 표준을 완전히 채택하기 위한 로드맵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홍콩은 현재 법령을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에 맞추는 첫 번째 지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금융의 성공에 필수인 ESG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약속하고 글로벌 금융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린워싱 줄이는 노력도 병행
그린워싱을 줄이고 ESG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23년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도움으로 ESG 평가 및 데이터 상품 제공업체를 위한 자발적 행동 강령(VCoC)을 만들기 위한 워킹 그룹을 조성했다. 이는 그린워싱 위험을 줄이고 ESG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자발적 행동강령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에서 권장하는 모범 사례를 기반으로 모델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발적 행동강령은 업계 조율을 거쳐 지난 10월 중순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ESG 등급 및 데이터 상품 제공업체는 해당 강령 원칙을 준수하는 자체 문서를 공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홍콩은 제도적으로 ESG 등급 평가업체 및 ESG 데이터 제공업체를 육성하고, 그린 핀테크 생태계도 확장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6월 기후 공시 대응 등과 관련한 그린 핀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또 최근 ‘그린 핀테크 맵’ 프로토타입을 출시함으로써 홍콩 내 그린 핀테크 기업을 한눈에 보고 쉽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살리나 얀 홍콩 금융서비스부 상임차관은 “홍콩은 그린워싱을 막고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장 전반에 걸쳐 노력하고 있다”며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통화관리국(HKMA)은 지속가능한 금융 행동 의제를 출범해 2050년까지 은행들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모든 은행은 2050 넷제로를 선언하고 포트폴리오에 있는 고탄소 기업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고자 약속한 바 있다. 또 홍콩은 정부의 재정 준비금인 외환기금(exchange fund)을 지속가능금융에 투자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이룰 예정이다. 홍콩을 기반으로 한 패밀리 오피스(FO)의 임팩트 투자를 돕기 위한 세제 혜택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금융을 지원한다.
홍콩은 2021년 10월 홍콩 기후행동계획 수립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선언했고,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이하로 감축하는 중간 목표를 달성했다.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지나 순 제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폴 초우 HKEX 그룹 총괄 고문은 “지난 2020년에 상장한 녹색채권은 100개 미만이었으나, 4년이 지난 현재 400개 정도로 4배 이상 증가했다”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지난 10월 30일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후이 홍콩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렇게 말하며 지속가능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허브로서 선도적 역할을 굳건히 하기 위해 정부 주도 아래 지속가능한 금융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홍콩은 2019년 정부 주도로 녹색채권 프로그램을 시작해 올해에만 2200억 홍콩달러(약 39조 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또 홍콩에서 230개 이상 ESG 펀드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았다. 홍콩에서 지난해 대비 ESG 펀드 수는 19%, 자산은 8% 증가했다.
최근 지속가능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홍콩정부가 발행한 녹색채권은 250억 홍콩달러(약 4조4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청약 금액이 1200억 홍콩달러(약 21조 원)를 훌쩍 넘었다. 후이 장관은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 지속가능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2026년부터 기후 공시 도입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2025 회계연도부터 모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 1·2(직간접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했다. 따라서 실제 공시 시점은 2026년부터다. 이는 2025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배출량 공시를 단계별로 의무화하는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홍콩 항셍종합라지캡지수(HSLI)에 편입된 상위 200개 대기업은 2026 회계연도(공시 시점 2027년)부터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를 공시해야 한다. 1년간 스코프 3 의무 공시 대상인 상위 200개 기업에는 원칙 준수 혹은 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을 적용한다. 이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당초 홍콩은 ISSB의 기후 관련 공시기준(S2)을 바탕으로 기후 정보를 2024년부터 공시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기업들과 논의한 끝에 기후 공시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유예했다.
이와 함께 홍콩은 최근 개발된 ISSB 표준을 올해 안에 그대로 채택하는(full adoption) 로드맵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ISSB는 이를 ‘글로벌 베이스라인’으로 두고 국가별로 상황에 맞게 채택하도록 권유했지만, 홍콩은 ISSB 기준에 거의 일치하는 공시기준을 도입해 ISSB 기준에 적극 대응하는 세계 최초 관할권(jurisdiction)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후이 장관은 “홍콩은 ISSB 표준을 완전히 채택하기 위한 로드맵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홍콩은 현재 법령을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에 맞추는 첫 번째 지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금융의 성공에 필수인 ESG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약속하고 글로벌 금융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린워싱 줄이는 노력도 병행
그린워싱을 줄이고 ESG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23년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도움으로 ESG 평가 및 데이터 상품 제공업체를 위한 자발적 행동 강령(VCoC)을 만들기 위한 워킹 그룹을 조성했다. 이는 그린워싱 위험을 줄이고 ESG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자발적 행동강령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에서 권장하는 모범 사례를 기반으로 모델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발적 행동강령은 업계 조율을 거쳐 지난 10월 중순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ESG 등급 및 데이터 상품 제공업체는 해당 강령 원칙을 준수하는 자체 문서를 공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홍콩은 제도적으로 ESG 등급 평가업체 및 ESG 데이터 제공업체를 육성하고, 그린 핀테크 생태계도 확장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6월 기후 공시 대응 등과 관련한 그린 핀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또 최근 ‘그린 핀테크 맵’ 프로토타입을 출시함으로써 홍콩 내 그린 핀테크 기업을 한눈에 보고 쉽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살리나 얀 홍콩 금융서비스부 상임차관은 “홍콩은 그린워싱을 막고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장 전반에 걸쳐 노력하고 있다”며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통화관리국(HKMA)은 지속가능한 금융 행동 의제를 출범해 2050년까지 은행들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모든 은행은 2050 넷제로를 선언하고 포트폴리오에 있는 고탄소 기업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고자 약속한 바 있다. 또 홍콩은 정부의 재정 준비금인 외환기금(exchange fund)을 지속가능금융에 투자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이룰 예정이다. 홍콩을 기반으로 한 패밀리 오피스(FO)의 임팩트 투자를 돕기 위한 세제 혜택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금융을 지원한다.
홍콩은 2021년 10월 홍콩 기후행동계획 수립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선언했고,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이하로 감축하는 중간 목표를 달성했다.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지나 순 제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폴 초우 HKEX 그룹 총괄 고문은 “지난 2020년에 상장한 녹색채권은 100개 미만이었으나, 4년이 지난 현재 400개 정도로 4배 이상 증가했다”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