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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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은 그런 의문에 답한다. 책을 쓴 정종수는 과학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으로 40년간 기후 환경 분야 연구와 기술 상용화에 헌신해 왔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도움이 된다. 대신 텀블러는 최소 200번, 에코백은 1200번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00만t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은 연간 수백t에 불과하다. 텀블러와 에코백, 종이 빨대 사용이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너무 싸 재활용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서로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을 섞어 재활용하면 품질이 낮아진다. 결국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에코백으로 환경 살리려면 최소 1200번은 써야” [서평]
재생 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은 면적당 전력 생산량이 낮다. 국토가 넓고, 평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에 적합하다. 한국에선 원자력 발전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은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살펴보면 실제 인명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화력 발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대기 오염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굳이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다만 단순히 눈앞의 현상을 덮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을 제거해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 문제는 공포와 같은 감정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없다. 침착해야 하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