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사라진 4500만배럴의 석유…"누군가 전쟁 준비"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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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수요가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종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분기엔 브랜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내외를 꾸준히 유지했다. 분석가들이 검토해보니 이렇게 높은 가격을 뒷받침할 수요·공급 수치가 맞지 않는 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카르텔인 OPEC+의 불투명성 때문에 나온 수치상의 오류이거나, 누군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을 사들여 어디론가 운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 계산해보니 3분기에 초과 수요량은 일일 100만배럴이 아닌 50만배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월엔 공급이 190만배럴 부족했던 게 아니라 90만배럴 정도 부족했고, 9월엔 30만배럴이 모자란 게 아니라 30만배럴이 남아돌았다. 석유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덜했는데 파악가능한 재고 원유는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6~9월 사이 4500만배럴가량의 석유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OPEC+의 공급을 과대 평가해 생산량이 예상보다 적었을 가능성도 작다. OPEC+ 회원국 간 상호 불신이 팽배한 탓에 서로의 생산량을 엄격하고 검증하고 있어서다. OPEC의 공급 수치는 S&P글로벌 Platt의 알트뷰(AltView) 데이터를 사용한다. 원유·응축액 수출량과 내부 정유 공장 가동, 원유를 태우는 양 추정치 등을 결합해 데이터를 산출한다. 보고가 불투명한 국가의 경우 공동조직데이터이니셔티브(JODI)와 OPEC에 대한 제출 자료 및 유조선 추적 데이터 등과 교차 검증한다. 올해 OPEC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이 당초 약속했던 생산 쿼터를 위반하고 초과 생산을 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올들어 3분기까지 원유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일 평균 30만배럴 감소한 1140만배럴로 파악된다. 중국 국내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일일 410만배럴에서 올해 420만배럴로 증가했다. 국내 생산과 수입을 합쳐 중국이 손에 넣은 일일 1560만배럴의 원유 가운데 1530만배럴만 처리되고 하루 30만배럴씩 잉여가 남았다는 결론이 난다. 이는 중국 원유 재고가 올해 들어 지금까지 3700만배럴 즉, 일일 14만배럴씩 감소했다는 데이터 분석 기업 케이플러의 수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론적으로 JP모간 원자재팀은 "(측정량이 틀리지 않았다면) 관찰 가능한 재고가 과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중동의 긴장 고조 또는 미국 행정부의 잠재적 규제로 인한 원유 수입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재고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원유 재고는 지상 저장 시설만 추적하는 케이플러의 인공위성이 파악 불가능한 지하 저장 시설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현일 hiuneal@hankyung.com
지난 3분기엔 브랜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내외를 꾸준히 유지했다. 분석가들이 검토해보니 이렇게 높은 가격을 뒷받침할 수요·공급 수치가 맞지 않는 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카르텔인 OPEC+의 불투명성 때문에 나온 수치상의 오류이거나, 누군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을 사들여 어디론가 운송했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수요·공급량 숫자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9월 사이 JP모간 원자재팀의 분석이 빗나간 사실을 지적하며 총 4500만배럴가량의 석유량 계산에 오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목했다. JP모간은 지난 6월 글로벌 원유 생산량에 비해 수요량이 약 100만배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8월 석유 수요는 공급에 비해 하루 평균 190만배럴 가량 많았고, 9월에도 30만배럴가량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상이 맞았다는 게 확인된 듯 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으로 글로벌 재고량이 1억170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일단 파악됐다.그러나 최근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 계산해보니 3분기에 초과 수요량은 일일 100만배럴이 아닌 50만배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월엔 공급이 190만배럴 부족했던 게 아니라 90만배럴 정도 부족했고, 9월엔 30만배럴이 모자란 게 아니라 30만배럴이 남아돌았다. 석유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덜했는데 파악가능한 재고 원유는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6~9월 사이 4500만배럴가량의 석유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공급량 예상치 과대평가 가능성은 낮아
JP모간 원자재 전략가 나타샤 카네바, 프라티크 케디아, 콜 울프는 지난 28일 작성한 메모에서 "이런 모순은 우리가 공급량을 과대평가했거나, 수요를 너무 낮게 측정했을 수도 있다"고 가정했다. 전략가들에 따르면 미국, 브라질, 가이아나, 캐나다, 아르헨티나, 노르웨이, 콜롬비아 등 비(非)OPEC+ 국가의 공급을 실제보다 높게 파악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 국가는 비OPEC+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며 지금까지 신뢰할 수 있는 월별 생산량을 제공했다.OPEC+의 공급을 과대 평가해 생산량이 예상보다 적었을 가능성도 작다. OPEC+ 회원국 간 상호 불신이 팽배한 탓에 서로의 생산량을 엄격하고 검증하고 있어서다. OPEC의 공급 수치는 S&P글로벌 Platt의 알트뷰(AltView) 데이터를 사용한다. 원유·응축액 수출량과 내부 정유 공장 가동, 원유를 태우는 양 추정치 등을 결합해 데이터를 산출한다. 보고가 불투명한 국가의 경우 공동조직데이터이니셔티브(JODI)와 OPEC에 대한 제출 자료 및 유조선 추적 데이터 등과 교차 검증한다. 올해 OPEC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이 당초 약속했던 생산 쿼터를 위반하고 초과 생산을 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누군가 은밀히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요를 과소평가했다는 얘기다. JP모간이 중국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JP모간은 올해들어 현재까지 중국의 원유 처리 속도를 평균 일일 1530만배럴로 파악했다. 연료유와 혼합 역청으로 중국에 수입된 이란과 베네수엘라 원유를 고려해 중국의 정유 공장 가동률과 총 원유 수입을 감안한 추정치다.중국의 올들어 3분기까지 원유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일 평균 30만배럴 감소한 1140만배럴로 파악된다. 중국 국내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일일 410만배럴에서 올해 420만배럴로 증가했다. 국내 생산과 수입을 합쳐 중국이 손에 넣은 일일 1560만배럴의 원유 가운데 1530만배럴만 처리되고 하루 30만배럴씩 잉여가 남았다는 결론이 난다. 이는 중국 원유 재고가 올해 들어 지금까지 3700만배럴 즉, 일일 14만배럴씩 감소했다는 데이터 분석 기업 케이플러의 수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론적으로 JP모간 원자재팀은 "(측정량이 틀리지 않았다면) 관찰 가능한 재고가 과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중동의 긴장 고조 또는 미국 행정부의 잠재적 규제로 인한 원유 수입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재고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원유 재고는 지상 저장 시설만 추적하는 케이플러의 인공위성이 파악 불가능한 지하 저장 시설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현일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