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마이크로디지탈이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인도 세럼인스티튜트오브인디아(SII)와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바이오리액터는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 백신社에 세포 배양기 공급

마이크로디지탈, 美·중동 이어 인도 뚫었다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대표(사진)는 30일 “인도 SII와 바이오리액터 셀빅25, 셀빅200 샘플 공급계약을 맺었다”며 “연구소 단위가 아니라 생산공장에서 들어온 첫 주문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1966년 세워진 SII는 연매출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올리는 세계 최대 백신 기업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도맡아 생산했다. 바이오리액터는 효소, 미생물 등을 활용해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장비다. 셀빅은 마이크로디지탈이 국내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토종 바이오리액터다. 이번에 공급하기로 한 셀빅25는 12L, 셀빅200은 100L 규모 배양기다. 김 대표는 “SII는 대형 백신 기업이기 때문에 같은 제조시설 내에서 이달에는 동물세포 기반 백신을, 다음달에는 미생물 기반 백신을 만드는 등 융통성 있는 생산을 중요시한다”며 “양쪽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제품은 세계에서 셀빅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제품 차별화로 세계시장 공략

마이크로디지탈이 세계 소부장 시장을 뚫는 방법은 ‘틈새 공략’이다.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시장은 사토리우스(독일), 서모피셔(미국), 사이티바(미국) 등 ‘전통 강호’ 세 곳이 전체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들 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제품 위주로 연구개발(R&D)을 이어가 고객사를 확보 중이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셀빅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사토리우스 등 글로벌 대기업은 미생물 혹은 동물세포 전용 바이오리액터 생산라인은 갖고 있지만 두 종류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배양기는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에 초점을 둬 이룬 성과”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 본계약까지 체결하면 매출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마이크로디지탈의 올해 매출은 142억원, 내년은 308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은 108억원이었다.

○“인도 현지 합작법인·공장도 검토”

이번 계약은 마이크로디지탈의 세 번째 바이오리액터 수출 계약이다. 2022년 국내 첫 공급처를 확보한 뒤 지난해 중동에, 올해는 미국 소부장 대기업에 셀빅을 수출했다. 유통기업이 아니라 해외 의약품 생산 공장과 계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SII 최고경영자(CEO), R&D 총괄임원, 구매담당 임원 등을 만나 미팅을 이어갔는데 문화 자체가 보수적이지 않고 신기술 및 신제품 도입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며 “내년에 공장 확장을 하려는 또 다른 인도 바이오기업과도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인도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JV)를 세우고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리액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7672만달러(약 2조6000억원)에서 2030년 35억2526만달러(약 4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