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기술에서 중국의 돈줄을 막고 있는 미국이 대만과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논의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대만과 양자 투자 흐름에 걸림돌로 지적돼온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과 대만 간에는 별도의 조세 조약이 없어 대만 업체들은 미국과 대만 모두에 세금을 내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갈수록 큰 압박을 받고 있어 대만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모색 중이었다. 특히 2022년 미국 의회가 반도체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에 반도체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통과시킨 후 이중과세 해소와 관련해 추진 동력이 생겼다.

대만의 해외 직접투자에서 미국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가 늘면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만 해도 미국 애리조나에 제조 공장 두 곳을 세웠으며, 세 번째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TSMC는 공급 업체들에도 이를 따르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이중과세 문제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는 “이중과세 방지 협정이 대만의 미국 투자 장벽을 줄일 것”이라며 “반도체 생태계에 필수적인 중소 업체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과 대만이 조세 조약을 체결하면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