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4' 청년세션. 왼쪽부터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정진우 트웰브랩스 공동창업자,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 이지화 액션파워 공동대표. 강은구 기자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4' 청년세션. 왼쪽부터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정진우 트웰브랩스 공동창업자,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 이지화 액션파워 공동대표. 강은구 기자
"인공지능(AI)의 시대는 결국 '인간의 시대'입니다. 인간이 AI를 사용하지만, 결정은 인간이 합니다."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의 정진우 공동창업자 겸 운영이사는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은 트웰브랩스는 영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다. 일종의 영상판 챗GPT다. 네이버 KT 등 국내 기업이 그동안 텍스트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미개척 시장에 도전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이날 정 이사는 'AI, 새로운 기회인가, 또 다른 경쟁인가'를 주제로 한 청년 세션에 연사로 참석했다. 이 세션에는 정 이사 외에도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지화 액션파워 공동대표 등 국내 주요 AI 스타트업 임원이 발표자로 나서 청년들에게 AI 시대 대응법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정 이사는 AI 시대를 맞은 기업과 청년들에게 기회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봤다. 우선 그가 강조한 건 AI 자체가 아닌 사람이다. 그는 머지 않은 미래에 모든 기업과 개인이 AI 사용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다양한 직무를 대체할 수 있지만 결국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물을 검증해 최종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건 인간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AI 시대 가장 중요한 인간의 역량이라고 정 이사는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시대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고 협업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이사는 AI가 생활 속을 파고들면서 청년들은 우주항공이나 생명공학 같은 고급 과학기술 인재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획기적인 성장으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앞으로 더 쉬워질 것이고, 그렇다면 이런 딥테크 분야가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정 이사가 주목한 '라이징' 산업이다. 그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은 AI에 맡기고 사람들이 차 안에서 여가를 보낼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런 산업들이 뜬다는 것"이라며 "업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생산성 증가로 주 4일제가 보편화되면 개인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일맥상통"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임금 수준도 올라가고 구매력이 높아지면 건강, 여행, 숙박 같은 웰니스 산업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무대에 오른 신성규 리벨리온 CFO는 모두가 '스타트업 정신'을 일깨우라고 강조했다. '빠른 실행력', '주도적인 태도', '뒤처지지 않는 성장성' 등이 그가 강조한 단어다. 그는 "직원 수가 400명이 채 되지 않는 회사였던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구글을 놀라게 한 것도 빠른 결단의 결과"라며 "스타트업 시스템의 적은 레이어, 다 함께 모여서 끝장토론을 펼치는 것 등이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신 CFO는 또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직접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성장하는 산업에 올라타 이런 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지나고 뒤돌아보면 모두가 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정신이 모든 청년에게 잠들어 있고, 그것을 깨우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지화 액션파워 공동대표는 "좋은 질문을 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안목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많은 AI 모델을 다양하게 접해보면서 어떤 AI가 도움되는지, 잘 다룰 수 있는지 등을 겪어보라는 의미다.

안목을 기른 뒤엔 좋은 질문을 하라고 했다. AI가 전지전능하지 않은 만큼 AI에게 가르칠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는 게 그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AI를 통해 좋은 답을 얻으려면 결국 데이터를 쌓아 전달해주는 게 중요한데,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고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맥락을 잘 만들고 가공해서 데이터를 다듬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