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한국상품박람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한국상품박람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동아시아 국가라고 하면 일본과 중국부터 떠올렸는데 이제는 단연 한국입니다.”

2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센터에서 만난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한국의 도약상을 유럽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한국 자동차들이 오스트리아 시내에 점차 늘어나고, 상점이나 거리에서 K팝이 자주 들리는 점 등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피셔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한국의 발전은 큰 관심사였다”며 “북한과 비교해볼 때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점이 고도성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04~2016년 대통령을 지낸 그는 2007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임기를 마친 뒤에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19년 제주포럼에 참석하는 등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는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된 반기문시민센터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공동의장을 맡아 제3세계 빈곤 퇴치와 성평등,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피셔 전 대통령은 2007년 국빈 방문 당시 KAIST를 마지막 방문지로 택할 정도로 한국의 과학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녹색 기술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한국은 반도체, 정보기술(IT)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오스트리아 녹색 기술 생태계에 참여하거나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함께하면 양국 경제에 시너지를 낼 것 같다”고 조언했다.

피셔 전 대통령은 긴장이 고조되는 국제 정세를 설명하면서 평화의 중요성을 누차 언급했다.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처음 유럽에서 열린 것에 대해선 한국 속담 ‘백문이 불여일견’(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을 인용하며 덕담을 건넸다. 그는 “행사가 열리는 오스트리아센터는 유엔 사무국이 있는 평화와 협력의 상징적인 곳”이라며 “어떤 나라와든 열린 자세로 자주 만나면 경제와 문화가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빈=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