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의 미래를 묻는 시대, 산학협력이 답이다
“미래산업도 좋고 첨단산업도 좋은데,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서 전통적인 지역 기반 산업까지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래 만난 전라남도 지역 기업의 하소연이다. 이렇게 지역 기업들은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에는 일할 청년이 부족해 지역 기업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니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이 없는 지역에서는 대학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 소멸 위기에서 산학협력과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은 지방 대학의 사명이자 자구책이 됐다.

연구성과와 과학기술논문이용색인(SCI)급 논문 게재 건수가 좋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이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이 당면한 지역 소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산학협력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대학이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의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대학과 지역 간 선순환 구조의 대표적인 지역 산학협력 사례로, 동신대와 나주시가 협업해 추진 중인 ‘에너지 프로슈머 리빙랩’(나주시 봉황면 대실마을)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을 주민의 협조를 바탕으로 추진 중인 리빙랩을 통해 마을 입구에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에너지 순환 교육 장소로 운영하고 있다. 또 8개 지역 기업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시험·운영 중에 있다.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는 주민에게 공급되며 향후 남은 에너지는 외부에 판매해 수익도 창출해 나가게 된다.

리빙랩에 참여한 기업들은 400억원에 달하는 해외 투자를 유치해 신규 고용 창출과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다. 리빙랩 설치 전 17가구 39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던 대실마을은 8개월 만에 20가구 47명으로 인구가 20%가량 증가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마을로 성장 중이다.

지산학협력을 통한 지역 발전 선순환 체계를 정착하고자 정부는 2025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본격 도입하며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위한 대학의 역할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새로운 체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변화와 구성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와 국가의 지원도 꼭 필요하다. 대학과 지역사회, 산업계가 함께 힘을 모으고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져야 지역의 동반 성장과 상생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지산학협력 모델의 다양한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24 산학연협력 EXPO’가 ‘산학연협력, 미래를 설계하는 지역혁신의 솔루션’을 주제로 11월 6일부터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이번 엑스포가 지역, 대학,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을 찾아 지속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