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태재대 총장(왼쪽)과 후안 엔리케스 엑셀벤처매니지먼트 이사가 30일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인문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염재호 태재대 총장(왼쪽)과 후안 엔리케스 엑셀벤처매니지먼트 이사가 30일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인문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제 단순 지식은 인공지능(AI)이 가르칠 겁니다. 교육의 역할도 이에 맞춰 바뀌어야 합니다.”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30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AX 시대 인재를 위한 인문학’ 특별대담에서 “교사의 역할이 단순 지식 전달자에서 도덕적 개념을 가르치는 감독자, 중재자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염 총장은 “2029년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AI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교사의 새로운 역할은 AI 시대 학생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을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AI 시대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사용하고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도덕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염 총장은 “브레이크를 걸어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하듯 AI를 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공학 투자회사 엑셀벤처매니지먼트의 후안 엔리케스 이사는 “인문학 없는 과학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인문학을 등한시한 채 과학에만 몰두하면 핵폭탄 사용과 같은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는 암 환자가 ‘부모님이 유전자를 고치지 않아 암에 걸렸다’고 탓하고 대리모가 보편화하는 등 옳고 그름에 관한 관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로 생겨날 사회적 혼란을 극복할 수단으로 인문학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리케스 이사는 AI 기술 확산을 기회이자 위기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엔리케스 이사는 “엔비디아는 직원이 3만여 명에 불과한데 인구 2200만 명인 미국 플로리다주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가치를 창출한다”며 “엔비디아가 한국에 창업했다면 한국 시가총액은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 기술을 장악한 소수의 사람 또는 기업이 부와 권력을 쥐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로 사라지는 직업이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 대학의 직업 재교육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엔리케스 이사는 “AI는 역설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컴퓨터공학,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며 “대학이 이들에게 직업 재교육을 제공한다면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