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대신 '노력의무'…정치권 상법개정안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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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정기국회 본격 논의 앞두고 여야 '수싸움'
野 내부서도 상법개정 이견
정부·여당 '핀셋 조정'에 무게
野 내부서도 상법개정 이견
정부·여당 '핀셋 조정'에 무게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조항 개정을 놓고 정치권이 수싸움에 들어갔다. 경영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법 개정 논의가 연말 정기국회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삼을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상법 개정 논의가 임박하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의 특효약이라고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은 충실의무보다 일부 대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개미투자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합병 비율 산정 문제 등을 ‘핀셋’ 조정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줄기차게 주장해온 바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박주민 의원안)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방식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학계 지적이 나오며 당내에서도 결이 다른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노력의무’ 조항을 뒀다.
이는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 조항은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는데, 여기에서 핵심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가 ‘위임 계약’ 관계라는 점 때문이다.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국상사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주주는 이사와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충실의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된 게 박 의원안이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법리적 논란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재계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법안”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다른 의원은 “(기존안에) 법리적 논란이 있을 수 없다”며 “박 의원이 제기하는 문제는 다수 의견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협상 전략으로 ‘총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하되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노력의무’ 조항으로 후퇴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노력의무를 담는 것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어느 나라 법에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조항이 있냐”며 “노력의무 조항으로 상법이 개정된다면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더 큰 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모든 기업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여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해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에게 다 충실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재영/정상원/박상용/정소람 기자 jyhan@hankyung.com
○野 내부 이사 충실의무 확대 방법 이견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별도 상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법안 10개가 나왔지만 당론 법안을 따로 만들어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이 속한 당내 ‘상법개정태스크포스(TF)’가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TF 핵심 관계자는 “언제 법안을 공개하는 게 가장 좋을지 정무적 판단만 남았다”고 말했다.민주당이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줄기차게 주장해온 바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총주주’(박주민 의원안)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방식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학계 지적이 나오며 당내에서도 결이 다른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노력의무’ 조항을 뒀다.
이는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 조항은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는데, 여기에서 핵심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가 ‘위임 계약’ 관계라는 점 때문이다.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국상사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주주는 이사와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충실의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된 게 박 의원안이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법리적 논란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재계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법안”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다른 의원은 “(기존안에) 법리적 논란이 있을 수 없다”며 “박 의원이 제기하는 문제는 다수 의견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협상 전략으로 ‘총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하되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노력의무’ 조항으로 후퇴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노력의무를 담는 것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어느 나라 법에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조항이 있냐”며 “노력의무 조항으로 상법이 개정된다면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더 큰 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자본시장법 개정 무게
정부는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합병 비율 산정 문제로 소액주주를 홀대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 부분을 정밀하게 고치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상법은 기본법이기 때문에 한 번 고치면 국내 경영계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며 “문제가 된 부분을 핀셋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국민의힘 역시 모든 기업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부여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해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에게 다 충실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재영/정상원/박상용/정소람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