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됩니다. 현재 가입되어 있는 투자상품을 해지하지 않고서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게 되면서 400조원 규모의 자금의 이동이 활발해질 전망인데요, 경제부 유주안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가입자 입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이 무엇입니까?

<기자> 퇴직연금 가입대상인 근로자들은 은행, 증권, 보험사 중 하나의 금융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만들어서 적립금을 운용합니다. 확정기여형(DC)을 예롤 들면, 가입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예적금이나 펀드, ETF 등에 투자할 수 있고, 퇴직연금 사업자는 관리비용 명목의 기본 수수료, 또 투자상품 매매시 발생하는 거래수수료 등을 수취합니다. 펀드나 ETF에 투자하는 경우엔 해당 운용사가 보수를 가져갑니다.

그런데 더 낮은 수수료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로 바꿔보려고 합니다. 이 경우 기존 투자하고 있는 펀드나 ETF 등을 환매하지 않고 현재의 수익률 그대로 유지한 채로 퇴직연금 사업자만 갈아탈 수 있게 되는 것이 실물이전제도입니다.

지금까지는 투자하고 있는 상품을 모두 해지한 후 현금으로 만들어야지만 금융사를 옮길 수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환매와 재매수까지 길게 며칠 씩 시간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갈아타기가 어려웠습니다. 앞으로는 사업자간 수수료와 상품 라인업, 서비스의 질에 따라 활발한 이동이 생겨날 것이고, 이에 따라 퇴직연금 전반적인 수익률이 높아지길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실물이전을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죠?

<기자> 가입자가 옮기려는 금융사(B)에서 계좌를 개설한 후, 옮기려는 회사나 기존 사업자(A)에 이전신청을 하면 됩니다. 기존 사업자(A)는 현재 투자되고 있는 상품의 목록과 함께 옮기려는 금융사(B사)에서 해당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줘야 합니다. 만약 여러 개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면, 옮기려는 회사가 상품 전부를 취급하고 있는 경우에 실물이전이 가능합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DB는 DB, DC는 DC, IRP는 IRP 끼리 금융기관 제한 없이 가능합니다. 향후엔 DC와 IRP도 이동할 수 있게끔 범위가 확대될 예정입니다. 예금, 채권, 공모펀드, ETF 등 대부분의 상품이 이전 가능합니다. 다만 디폴트옵션을 선택해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경우는 현물이전 대상이 안 되고, 리츠도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앵커> 퇴직연금 시장이 현재도 400조원이고, 앞으로 계속 커질텐데 사업자들 입장에선 물 들어오는 상황이 된 거죠?

<기자>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382조 원으로, 올해 말 기준으론 430조 원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업자별로 수수료율이 다르긴 한데, 제가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1억원을 10년 계약했다고 가정하고 비교공시 사이트에서 조회를 해보니, 업권별로 증권사들이 0.3~0.5%, 은행들이 0.5~0.6%대, 보험사들이 0.7에서 많게는 1% 이상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퇴직연금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매우 장기자금인 특성을 갖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현재 업권별 시장점유율은 은행이 절반 넘는 약 53% 적립금을 관리하고 있고, 증권 24%, 보험 23%입니다. 또 최근들어 ETF나 회사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업권의 점유율이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앵커> 정호진 기자 앵커멘트 및 리포트.

< 질문> 증권사의 원리금보장 비중 의외로 높군요. 은행이나 보험업권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보험과 은행업권의 퇴직연금 가입자들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체적으론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월등히 높습니다. 이때문에 퇴직연금 전반의 수익률이 예적금 수준에 그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2023년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이 5%를 넘었지만 그 전엔 1~2%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증권업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내세워 마케팅을 진행을 하고 있고요, 은행과 보험업권도 적극적 운용 수요에 발맞춘 서비스를 준비중입니다.

증권업 대비 은행의 경쟁력은 다수의 영업점을 통한 대면서비스가 보다 수월하다는 점일텐데요. 국민은행과 신한, 하나은행 등은 퇴직연금 전담직원 수를 늘리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또 거래 가능한 ETF 숫자를 늘리고, 매매 지연시간을 단축시켜 적극적 운용을 원하는 가입자의 수요도 채워나갈 계획입니다.

보험사는 장기적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전반적인 자산설계나 대고객 서비스 강화를 통해 신뢰를 제고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
퇴직연금 '갈아타기' 본격화…400조 시장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