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7번 장인의 붓질...249년 역사의 로얄 코펜하겐 공방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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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왕실 연회에 쓰는 ‘플로라 다니카’
19명의 장인이 총 11개 수작업 공정
소의 귀털과 순록의 배털로 만든 붓 사용
재스퍼 닐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인정신이야말로 럭셔리의 핵심
한국인 심미적 감각, 품질 기준 높아
내년 250주년 기념 한식기 선보일 것"
19명의 장인이 총 11개 수작업 공정
소의 귀털과 순록의 배털로 만든 붓 사용
재스퍼 닐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인정신이야말로 럭셔리의 핵심
한국인 심미적 감각, 품질 기준 높아
내년 250주년 기념 한식기 선보일 것"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기차로 북서쪽 1시간 거리의 글로스트룹. 이곳엔 249년 역사를 가진 럭셔리 도자기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 본사가 있다. 블루 핸드페인팅 타일을 붙인 건물 외관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최장 40여년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 모여있는 핸드페인팅 공방도 함께 한다. 공방 안에선 통유리창으로 짙푸른 잔디밭을 감상할 수 있다. 새소리와 푸른 하늘, 널찍한 잔디밭을 마주하며 고요히 붓질하는, 그야말로 ‘수공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1790년 덴마크 왕실에서 외교선물로 주문 요청해 탄생한 ‘플로라 다니카’는 이곳에서만 한정 생산된다. ‘덴마크의 꽃’이라는 뜻의 플로라 다니카는 3000여종의 꽃와 양치류의 세밀화를 장인들이 붓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가장 최고가 제품군으로 지금도 덴마크 왕실의 연회, 결혼 등 공식 행사에서 쓰인다. 19명의 플로라 다니카 장인 중 꽃 모티브를 그리는 장인은 14명, 도금을 하는 골드 페인터가 2명, 라틴어 학명을 쓰는 레터링 페인터 1명, 자기를 빚는 모델러가 2명이다.
글로스트룹 핸드페인팅 공방에는 플로라 다니카 스케치 원본을 모아놓은 오래된 식물도감 드로잉북 수 십권이 보관돼 있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나 원본의 세밀한 표현을 참고할 때마다 꺼내본다고. 플로라 다니카 작업을 하던 한 장인은 “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 제품을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며칠, 몇 주씩 걸려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제품의 뒷면엔 그려넣은 식물의 라틴어 학명을 1790년에 썼던 것과 동일한 서체로 적어넣는다. 플라워 페인터, 골드 페인터의 사인도 들어간다. 특정 페인터의 작품만 모으는 수집가들도 있다. 모델링, 투각, 유약, 초벌, 재벌, 플라워 채색, 도금, 3벌 등 총 11단계의 수작업 공정을 거친다. 유약을 발라 재벌한 도자기 위에 채색해 다시 구워내는 오버글레이즈 기법으로 완성된다. 공방 한켠에는 몰드 보관 창고가 있었다. 액체 형태의 흙을 부어 원하는 그릇 모양을 완성하는 석고 틀(몰드) 10만여개가 보관돼 있다. 이곳에서 49년째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첫 제품인 1번부터 모든 제품의 몰드를 전부 보관하고 있다”며 “신제품을 개발할 때 옛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핵심 공정은 장인들의 채색 작업이다. 블루 하프 레이스 접시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장인 한 명이 1197번의 붓질을 해야 한다. 큰 작품은 수 개월씩 걸리기도 한다. 정확하게 원하는 색상의 명도, 채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장인들의 능력이다. 세밀한 선을 표현하기 위해 소의 귀털과 순록의 배털 가운데 균일한 털을 골라 제작한 탄력 있는 붓을 쓴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로열블루 외에 최근 첫 출시한 퍼플과 에메랄드그린으로 채색하는 장인들도 여럿 있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50주년 기념 아티스트 협업 제품’도 이곳에서 제작 중이라고. 스티네 옌센 로얄 코펜하겐 글로벌 PR 매니저는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전통적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기 위해 젊은 디자이너, 핸드페인터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며 “로얄 코펜하겐의 장인정신은 핸드페인팅의 정교함을 고집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249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재스퍼 닐슨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패션 전문가다. 톰포드, 지방시, 버버리, 브리오니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수석디자이너로 20여 년간 활약하다가 지난해 9월 고국 덴마크로 돌아와 로얄코펜하겐에 합류했다.
그가 CD로 전격 영입된 건 내년 로얄코펜하겐의 25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250년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회,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색다른 협업(컬래버레이션), 특별한 한정판 제품 출시, 플래그십스토어 새단장 등 준비한 이벤트가 많다고. 닐슨 CD는 “250주년을 기념해 아주 큰 사이즈의 도자기 테이블 제작 등 여러 이벤트를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선 우리 밥그릇, 국그릇을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250주년 기념 한식기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로얄코펜하겐 본사에서 만난 닐슨 CD는 한쪽 벽면에 다양한 이미지를 잔뜩 붙여놓은 개방된 공간에서 주로 일한다. 패션 디자이너들의 근무 방식이다. 도자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지만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 디자인, 콘셉트 등을 발전시켜나간다.
“브랜드가 가진 역사, 전통, 기술 등의 자산이 엄청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스토리라인을 펼쳐나갈 수 있어요. 지금까지 선보인 포슬린(자기) 외에 색다른 소재로도 재밌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로얄코펜하겐의 최고 강점은 장인정신이다. 닐슨 CD는 “장인들이 모든 제품을 손수 만들고 옛것에서 재창조해내는 등 끊임없이 혁신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가까이서 보니 더 놀랍다”며 “장인들의 스킬과 전문성, 과정에 대한 이해 등이 ‘장인정신’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럭셔리를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한국은 덴마크 일본에 이어 로얄코펜하겐 매출 상위 3위 국가다. 일본은 진출 50년이 넘었고 인구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닐슨 CD는 “특정 국가를 위해 특정 제품을 내놓은 건 한식기가 처음이었는데 아주 성공적인 제품”이라며 “소비자 선호도와 그 나라의 문화적 관습을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온라인 채널, 소셜미디어, 이벤트, 매장 조사 등 다방면으로 소비자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250주년 기념 한식기 출시는 우리의 예술적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한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는 심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품질을 보는 기준도 높아요. 기능, 디자인, 패턴, 색상, 심미적 만족감까지 줄 수 있는 한식기를 꾸준히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글로스트룹=민지혜 기자
완성된 제품의 뒷면엔 그려넣은 식물의 라틴어 학명을 1790년에 썼던 것과 동일한 서체로 적어넣는다. 플라워 페인터, 골드 페인터의 사인도 들어간다. 특정 페인터의 작품만 모으는 수집가들도 있다. 모델링, 투각, 유약, 초벌, 재벌, 플라워 채색, 도금, 3벌 등 총 11단계의 수작업 공정을 거친다. 유약을 발라 재벌한 도자기 위에 채색해 다시 구워내는 오버글레이즈 기법으로 완성된다. 공방 한켠에는 몰드 보관 창고가 있었다. 액체 형태의 흙을 부어 원하는 그릇 모양을 완성하는 석고 틀(몰드) 10만여개가 보관돼 있다. 이곳에서 49년째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첫 제품인 1번부터 모든 제품의 몰드를 전부 보관하고 있다”며 “신제품을 개발할 때 옛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핵심 공정은 장인들의 채색 작업이다. 블루 하프 레이스 접시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장인 한 명이 1197번의 붓질을 해야 한다. 큰 작품은 수 개월씩 걸리기도 한다. 정확하게 원하는 색상의 명도, 채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장인들의 능력이다. 세밀한 선을 표현하기 위해 소의 귀털과 순록의 배털 가운데 균일한 털을 골라 제작한 탄력 있는 붓을 쓴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로열블루 외에 최근 첫 출시한 퍼플과 에메랄드그린으로 채색하는 장인들도 여럿 있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50주년 기념 아티스트 협업 제품’도 이곳에서 제작 중이라고. 스티네 옌센 로얄 코펜하겐 글로벌 PR 매니저는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전통적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기 위해 젊은 디자이너, 핸드페인터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며 “로얄 코펜하겐의 장인정신은 핸드페인팅의 정교함을 고집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249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재스퍼 닐슨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패션 전문가다. 톰포드, 지방시, 버버리, 브리오니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수석디자이너로 20여 년간 활약하다가 지난해 9월 고국 덴마크로 돌아와 로얄코펜하겐에 합류했다.
그가 CD로 전격 영입된 건 내년 로얄코펜하겐의 25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250년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회,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색다른 협업(컬래버레이션), 특별한 한정판 제품 출시, 플래그십스토어 새단장 등 준비한 이벤트가 많다고. 닐슨 CD는 “250주년을 기념해 아주 큰 사이즈의 도자기 테이블 제작 등 여러 이벤트를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선 우리 밥그릇, 국그릇을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250주년 기념 한식기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로얄코펜하겐 본사에서 만난 닐슨 CD는 한쪽 벽면에 다양한 이미지를 잔뜩 붙여놓은 개방된 공간에서 주로 일한다. 패션 디자이너들의 근무 방식이다. 도자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지만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 디자인, 콘셉트 등을 발전시켜나간다.
“브랜드가 가진 역사, 전통, 기술 등의 자산이 엄청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스토리라인을 펼쳐나갈 수 있어요. 지금까지 선보인 포슬린(자기) 외에 색다른 소재로도 재밌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로얄코펜하겐의 최고 강점은 장인정신이다. 닐슨 CD는 “장인들이 모든 제품을 손수 만들고 옛것에서 재창조해내는 등 끊임없이 혁신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가까이서 보니 더 놀랍다”며 “장인들의 스킬과 전문성, 과정에 대한 이해 등이 ‘장인정신’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럭셔리를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한국은 덴마크 일본에 이어 로얄코펜하겐 매출 상위 3위 국가다. 일본은 진출 50년이 넘었고 인구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닐슨 CD는 “특정 국가를 위해 특정 제품을 내놓은 건 한식기가 처음이었는데 아주 성공적인 제품”이라며 “소비자 선호도와 그 나라의 문화적 관습을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온라인 채널, 소셜미디어, 이벤트, 매장 조사 등 다방면으로 소비자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250주년 기념 한식기 출시는 우리의 예술적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한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는 심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품질을 보는 기준도 높아요. 기능, 디자인, 패턴, 색상, 심미적 만족감까지 줄 수 있는 한식기를 꾸준히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글로스트룹=민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