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상고하저' 경고등…믿었던 반도체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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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 한 달 만에 감소 전환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6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8월 1.3% 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지난달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기계장비(6.4%)에서 늘었지만 반도체(-2.6%)가 주춤하며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다만 올해 하루 늘어난 추석 연휴 등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제조업 생산은 증가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산업 지수 수준 자체를 봤을 때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반도체가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높고 수출도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0.9%)에서 늘었지만 보건·사회복지(-1.9%)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0.7% 뒷걸음쳤다. 지난 5월(-0.8%) 감소한 뒤 3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염병 유행이 완화하고 폭염이 지속된 점이 서비스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4% 줄었다. 지난 8월 1.7% 증가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승용차 등 내구재(6.3%)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5%)와 의복 등 준내구재(-3.2%) 등은 줄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을 의류 판매가 감소한 데다 휴가철 성수기가 끝나면서 음식료품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매업태별로는 중국인 관광객 수 감소 영향으로 면세점 판매가 9.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15.1%)에서 줄었지만,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7.0%) 투자가 늘면서 전달보다 8.4% 증가했다. 최근 한 달간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토목(9.9%)에서 늘었지만, 건축(-3.7%)에서 줄어 전달보다 0.1% 감소했다. 지난 5월부터 5개월째 감소세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건설기성액·소매판매 감소 등 영향으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동일했다.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7개월, 3개월 연속 보합·하락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물 건너간 ‘2.6% 성장’…불확실성 커졌다
3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산업 생산은 제조업 감소(-0.5%) 등 여파로 전 분기 대비 0.2% 줄었다. 다만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매판매는 0.5% 줄며 3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건설기성은 4.2% 줄며 전분기(-6.2%)에 이어 감소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10.1% 늘며 3개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서비스업도 증가(0.3%)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3분기 산업활동 동향은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와 비슷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2.6%) 대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하방 위험 자체는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당초 전망했던 숫자(2.6%)보다는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꺾이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3%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지만 2분기엔 내수 침체와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0.2% 뒷걸음질 쳤다. 3분기엔 수출 증가세 둔화로 당초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0.1%에 성장에 그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2~2.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당초 전망치는 정부(2.6%)보다 낮은 2.4%였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세에 들어섰고, 수출 부진은 일시적이어서 침체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아직 잠재성장률(2%)보다 위쪽에 있기 때문에 연율로 봐서는 당황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문제는 내년 성장률 전망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미국 대선, 주요국 경기, 반도체 산업 등 경기 관련 불확실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부문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수출·제조업이 성장을 지속해서 견인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내수 회복 가속화를 위해 건설투자 등 취약 부문의 맞춤형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