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5, 갈림길 선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중동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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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는 더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가자지구를 포함한 중동전쟁 등 '두 개의 전쟁' 전개 양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좌불안석이다. 그는 지난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시 우크라이나 키이우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가자지구 전쟁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저항의 축’간 다중 전선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동전쟁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두 후보간 ‘지원 방식’에 대한 온도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영향과 휴전을 추구한다. 따라서 기존 바이든 정책을 따를 것이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해 적극적인 중재와 ‘두 국가 해법’ 등 평화 프로세스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해리스 정부의 대유럽 외교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러시아와 대립 최전선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NATO) 탈퇴 주장도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이전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서방 노력을 주도해 온 바이든 정부 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도 의회가 허용하는 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610억 달러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두 후보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반길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미국 우선주의와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NATO)를 통한 집단 안보 체제로 러시아를 견제하는 바이든 정부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 러시아는 수년간 지속된 제재를 완화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가 최근 펴낸 저서 ‘전쟁’(War)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퇴임 후 푸틴 대통령과 7차례 통화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선 이스라엘과의 친밀관계를 과시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이란 문제를 해결하고, 재임 기간 마무리 짓지 못한 아브라함 협정을 완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아무리 분쟁을 일으키더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주변에는 이스라엘이 석유 기지나 핵 시설 등을 공격하길 강력하게 바라는 사람이 있고, 이는 이스라엘이 중동을 재건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환호하겠지만 해리스 당선도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시 이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전례없이 높이고, 하마스·헤즈볼라·후티반군 등을 최대한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해리스가 들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입장을 유지할까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란과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되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는 이를 무효화했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선 JCPOA 덕분에 이란이 오히려 핵무기를 고도화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고 본다.
또한 해리스는 지난 7월 워싱턴에서 네타냐후를 만나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 지지 △가자지구 내 민간인 보호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권고 등 민주당의 3가지 원칙을 재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네타냐후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다. 해리스는 “가자지구에서 다수의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은 것은 정말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는 바이든 정책인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원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살리려는 노력에 동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180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후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이란의 석유 시설이나 핵 시설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핵을 먼저 공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하라”고 조롱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좌불안석이다. 그는 지난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시 우크라이나 키이우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가자지구 전쟁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저항의 축’간 다중 전선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동전쟁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두 후보간 ‘지원 방식’에 대한 온도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영향과 휴전을 추구한다. 따라서 기존 바이든 정책을 따를 것이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해 적극적인 중재와 ‘두 국가 해법’ 등 평화 프로세스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로에 선 우크라…‘좌불안석’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트럼프와 해리스간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종전 협상 조건에 동의하도록 강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하거나,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 국가들을 위협한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트럼프는 “자신의 집권 기간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며, 신속하게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방법은 말하지 않았고, 어느 쪽이 승리하기를 원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조건에 합의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트럼프가 당선돼 개입하면 우크라이나가 패자가 되고, 러시아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해리스 정부의 대유럽 외교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러시아와 대립 최전선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NATO) 탈퇴 주장도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이전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서방 노력을 주도해 온 바이든 정부 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도 의회가 허용하는 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610억 달러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두 후보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반길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미국 우선주의와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NATO)를 통한 집단 안보 체제로 러시아를 견제하는 바이든 정부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 러시아는 수년간 지속된 제재를 완화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가 최근 펴낸 저서 ‘전쟁’(War)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퇴임 후 푸틴 대통령과 7차례 통화했다고 알려졌다.
지원 방식만 다를 뿐…중동전 지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이 자국 ‘수도’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이스라엘에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을 폈다.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도 방관해 왔다. 2020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켜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사귄 가장 친한 친구”라고 평가한 바 있다.트럼프 1기 정부에선 이스라엘과의 친밀관계를 과시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이란 문제를 해결하고, 재임 기간 마무리 짓지 못한 아브라함 협정을 완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아무리 분쟁을 일으키더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주변에는 이스라엘이 석유 기지나 핵 시설 등을 공격하길 강력하게 바라는 사람이 있고, 이는 이스라엘이 중동을 재건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환호하겠지만 해리스 당선도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시 이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전례없이 높이고, 하마스·헤즈볼라·후티반군 등을 최대한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해리스가 들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입장을 유지할까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란과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되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는 이를 무효화했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선 JCPOA 덕분에 이란이 오히려 핵무기를 고도화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고 본다.
또한 해리스는 지난 7월 워싱턴에서 네타냐후를 만나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 지지 △가자지구 내 민간인 보호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권고 등 민주당의 3가지 원칙을 재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네타냐후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다. 해리스는 “가자지구에서 다수의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은 것은 정말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는 바이든 정책인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원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살리려는 노력에 동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180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후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이란의 석유 시설이나 핵 시설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핵을 먼저 공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하라”고 조롱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