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군사·재정 지원이 중단되는 등 종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저항의 축’ 간 다중 전선 갈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당선땐 우크라戰 종전 압박…해리스는 중동 휴전 추진

○트럼프 당선 땐 우크라에 종전 압박

우크라이나 지원은 트럼프와 해리스 간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부분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종전 협상 조건에 동의하도록 강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그동안 “(재집권하면) 신속하게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방법은 말하지 않았고, 어느 쪽이 승리하기를 원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조건에 합의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관측한다. 지난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트럼프가 당선돼 개입하면 우크라이나가 패자가 되고 러시아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대유럽 외교 정책은 조 바이든 정부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주장도 비판했다.

러시아는 두 후보 중 트럼프를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우선주의와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러시아는 수년간 지속된 제재를 완화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해리스 꺼리는 이스라엘

트럼프와 해리스의 중동 정책 큰 줄기는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란을 고립시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세부적인 접근 방식엔 차이가 있다. 해리스는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인도주의적 영향과 휴전을 추구한다. 트럼프는 집권 시절 이스라엘과의 친밀 관계를 과시했기 때문에 재집권할 경우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이란 문제를 해결하고, 재임 기간 마무리 짓지 못한 아브라함 협정을 완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이란의 석유 시설이나 핵 시설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핵을 먼저 공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하라”고 조롱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글로벌상품전략 책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스는 올 7월 워싱턴DC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 지지 △가자지구 내 민간인 보호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권고 등 민주당의 세 가지 원칙을 재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은 네타냐후가 동의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해리스가 당선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침을 이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란과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되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