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대표가 이끄는 LG복지재단이 그룹 내 다른 공익재단들과 업무를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의혹 관련 조사를 시작하는 등 구설이 이어지자 구 대표가 재단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경기 성남에 별도 사무실을 얻어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경제계에 따르면 LG그룹 내 네 개 공익재단 중 LG복지재단은 6월 서울 공덕동 LG마포빌딩에서 나오는 등 독자 행보에 나섰다. LG그룹 공익재단은 LG복지재단, LG연암문화재단, LG상록재단, LG연암학원 네 곳으로 구성돼 있다.

그룹의 복수 공익재단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 총무, 회계 등을 공동으로 처리한다. 이 때문에 LG복지재단이 마포빌딩을 빠져나온 것 자체가 독립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LG복지재단은 최근 성남시청 인근에 800㎡ 대지를 매입했다. 이곳에 경기 평택 주 사무소가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룹 관계자는 “구 대표 측이 강하게 주장해 재단 분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LG복지재단은 LG그룹 출연과 기부금을 기반으로 운영된 그룹 공동 자산으로, 사회적 논란이 있는 구 대표가 사유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구 선대회장 뜻에 따라 1991년 설립된 LG복지재단은 ‘LG 의인상’을 주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구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뒤 의인상 선정이 사실상 중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코스닥시장 바이오업체 A사의 주식 3만 주를 취득하며 미발표 투자 정보를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30일 구 대표 자택 등 여섯 곳을 압수수색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