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韓 방공시스템 원해…북한군 포로는 한국 안 보낼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필요시 한국에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또 북한군이 아직 전투를 시작한 건 아니라며 ‘투입설’엔 선을 그었지만 “며칠 안에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우주호로드시에서 KBS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그에 의지하고 싶다”며 “가장 필요한 건 방공 시스템”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특사가 방한하면 무기 지원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적인 지위를 얻은 뒤 구체적인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이 요청에는 화포 지원과 방공 시스템을 포함해 몇 가지 비공식적이지만 중요한 내용도 포함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포로가 되면 ‘전쟁 포로’로 대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인) 포로와 교환할 자원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북한군이 포로로 붙잡힐 경우 한국 귀순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9일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투항하면 소통할 우리 측 요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 “(귀순을 요청하면) 우리나라가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북한군이 이미 전선에 투입됐으며 사상자가 나왔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나서지 않았고, 그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만 이 문제는 이제 몇 달이 아니라 며칠 내로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의 전장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군수 공장에서 일하며 드론 기술 같은 ‘경험’을 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얻을 파병의 대가 역시 드론 기술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우리 정보당국도 북한군이 병력과 함께 4000여 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일종의 ‘심리적 요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군이 3000명이든 1만 명이든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주진 못한다”며 “하지만 푸틴 대통령에게는 (북한군 참전이) 전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즉 동맹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군사력을 사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