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유증 폭탄' 고려아연…밸류업 명단서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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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지수 100곳 중 8번째로 비중 커
투자자들 "이게 맞나, 밸류업 취지 무색"
밸류업 지수서 빠지나…거래소는 신중
투자자들 "이게 맞나, 밸류업 취지 무색"
밸류업 지수서 빠지나…거래소는 신중

업계에선 고려아연의 지수 편입 상태가 유지되면 만성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자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반면 주주가치 훼손 측면에서는 실망스럽지만, 세계 1위 종합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만큼 투자 종목으로서는 매력이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밸류업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지수 구성종목 비중을 그대로 따라간다. 따라서 지수 내 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자금 유입 효과도 크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밸류업 지수에 주요 비중으로 들어가는 것은 당초 정부와 금융당국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발표에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면서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적극 이첩하겠다고 밝혔다. 함용일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회장 경영권 보전을 위해 주주를 희생시킨 기업이 밸류업 지수에 들어가 있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도 "고려아연 같이 논란을 부른 기업들은 당국이 정성적으로 개입해 지수에서 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자문단' 한 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실상 법을 지키면서도 교묘히 악용하는 경영진들 때문에 일어난 것인데, 이를 막겠다는 밸류업 지수마저 지표상 기계적으로만 종목을 꾸린다고 한다"며 "두산밥캣과 고려아연처럼 소액주주들을 척지고도 지수에 들어가는 일이 없어지려면, 지배구조 관련해 심의위가 주관적으로 해석해 종목 편출입을 결정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당장 이 지수를 기초(비교)지수로 삼아 오는 4일 출시되는 ETF들은 현행 구성종목대로 나올 예정이다. 이미 4일 상장을 앞두고 운용사들이 지난 30일 증권사들로부터 주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거래소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논란이 인 기업을 포함한 데 대해 "지수는 '보편적 정량지표'를 '객관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지수 투명성을 위해 개별기업에 대한 거래소의 평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 한 관계자는 "밸류업이라는 명제에 모든 측면이 부합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시총 기준으로 지수를 꾸리는 것인데, 부정거래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 용인하고 어디까지를 문제 삼을지 기준이 모호한 만큼 현실적으로 고려아연 등을 지수에서 편출시키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