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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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가 올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목표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핵심 자회사인 코스알엑스의 실적이 부진한 점이 주 요인이다. 회사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었던 코스알엑스의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된 점이 아쉽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7만원으로 내려잡았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9% 늘어난 977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51억원으로 277.7%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430억원)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화장품 판매가 늘어난 것이 이번 서프라이즈 배경이다. 기존 주력인 중화권 매출은 33.9% 감소한 976억원으로 하향세를 이어갔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 매출이 339% 뛴 545억원을 기록했고, 미국 등 미주 매출도 1466억원으로 108% 증가하며 중국 사업 부진을 만회했다.

김 연구원은 "매출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뛰어넘은 이유는 중국 사업의 영업 적자가 시장 우려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 화장품 산업이 회복하지 못했지만 회사는 효과적인 프로모션 축소 등으로 우려 대비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인수한 코스알엑스의 매출 증가세가 예상 외로 주춤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자회사인 코스알엑스는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18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잔여 지분 57.6%를 7551억원에 매입했다.

코스알엑스는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505억원, 영업이익은 5% 줄어든 466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올 3분기 코스알엑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미만으로 증가한 걸로 보이는데, 주된 부진의 요인으로는 미국 이커머스 채널에서의 부진으로 추정한다"며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코스알엑스의 매출 회복이나 밸류에이션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한 시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알엑스 실적 하향이 아쉽다"며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15만5000원까지 낮춰 잡았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원동력인 코스알엑스의 외형 성장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며 "중국 영업적자 개선 속도가 예상 대비 빠르다는 점이 애매모호한 서프라이즈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법인 적자폭 축소가 고무적이나 코스알엑스 실적 둔화가 해당 효과를 상쇄했다"며 "추가적인 모멘텀을 위해선 코스알엑스에 이어 서구권을 견인할 후속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가가 바닥권을 지나는 시점으로 저점 매수 전략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중국 사업은 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등 하반기 실적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유럽의 매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고 연말까지 중국 재정비가 마무리되면 적자폭이 점차 축소돼 저점 매수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도 "오랜 만에 보는 실적 서프라이즈와 중국 사업에 대한 개선 기대감 등으로 단기 주가 변동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매매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