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전자 갈까 봐 잠도 안 온다"…속 새까맣게 타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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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 속 반성문 쓴 삼성…'5만전자' 벗어날까
삼성전자 넉 달 사이 시총 175조 증발
"삼성도 망할 수가 있다니"…위기론 또 부상
경영진 사과·반성문에 자사주 매입 행렬
증권가 "HBM 격차 축소 확인이 관건"
삼성전자 넉 달 사이 시총 175조 증발
"삼성도 망할 수가 있다니"…위기론 또 부상
경영진 사과·반성문에 자사주 매입 행렬
증권가 "HBM 격차 축소 확인이 관건"
"과거 성과에 안주해 승부 근성과 절실함이 약해진 건 아닌지 경영진부터 냉철히 돌아보겠습니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식)
삼성전자 경영진이 또 반성문을 내놨다. 앞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부진한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으면서 첫 공개 사과를 한 데 이어,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도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시장에서 퍼진 '삼성전자 위기론'이 경영진에까지 닿은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보름째 종가 기준 '5만전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콘퍼런스콜에서 올 4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도 그렇다. 여의도 전문가들도 신중론을 펴고 있다.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을 확인시키는 것부터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1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52%) 내린 5만83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지난 7월11일(장중 8만8800원)을 정점으로 이날까지 34% 넘게 하락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와 연동되는 코스피지수의 해당 기간 낙폭이 약 12%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하락이다. 지난 7월11일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522조9530억원)에선 약 넉 달 사이 175조원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외국인의 역사적인 '팔자'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줄곧 순매도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28일 34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매수세는 이튿날까지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다시 사흘 연속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투자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한 삼성전자 주주는 "이러다 삼성전자 시총 300조원도 깨지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 무너질 것이라고 여기고 꾸준히 모아왔는데, 여느 때보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무섭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도 "6만전자와 가까워지기는커녕 더 멀어지고 있다"며 "고위급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더 늘리고 주가 부양 대책 좀 내달라. 이러다 '4만전자'까지 밀릴까 봐 잠도 안 온다"고 적었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꼽힌다. 반도체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이익이 줄면서 전사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다.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834억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잠정실적 발표 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0조7717억원이었다. 특히 DS 부문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4조2000억원 안팎)마저 밑돌았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진 이유다.
이런 가운데 나빠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삼성전자 임원들은 나이와 직급을 막론하고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통상 회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바닥' 신호로 읽혀 호재로 간주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원경 글로벌 퍼블릭어페어 사장은 지난달 24일(체결일 기준) 자사주 1000주를 총 5750만원에 장내매수했다. 이튿날 김동욱 부사장도 자사주 1300주를 총 7293만원에 장내에서 사들였다.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은 같은달 22일 4000주를 주당 5만8000원에 샀다. 취득 금액은 2억3200만원이다. 이들을 비롯해 최근 한 달간에만 임원 19명이 수천만원, 수억원어치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는 '5만전자'를 벗어나 추세적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증권가는 '조건부 낙관' 중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4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내년 메모리 업황 둔화 구간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가 관건이란 게 이들 분석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격차가 있는 만큼 낙관적 판단을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주가 하방 위험은 제한적이지만 단기간 내 추세 상승 논리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진 만큼 주가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 주가는 밸류에이션 하단 구간으로 악재 극복을 위한 변화로 저점을 시험하고 있다"며 "향후 코어다이 성능 개선과 HBM 제품의 하이엔드향 진출, 파운드리 사업부 개선 등을 통해 펀더멘털 개선·주가 반등을 함께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투자와 메모리 개선세 지속 등에 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회사가 합리적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며 "D램 업황은 내년 말까지 계속 개선될 것이고, HBM은 고객 침투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고객사의 마지막 테스트 관문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저평가 구간에서 HBM 수주 재료와 분기 증익 전환세가 확인된다면 폭발적 주가 상승세가 연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삼성전자 경영진이 또 반성문을 내놨다. 앞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부진한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으면서 첫 공개 사과를 한 데 이어,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도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시장에서 퍼진 '삼성전자 위기론'이 경영진에까지 닿은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보름째 종가 기준 '5만전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콘퍼런스콜에서 올 4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도 그렇다. 여의도 전문가들도 신중론을 펴고 있다.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을 확인시키는 것부터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1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52%) 내린 5만83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지난 7월11일(장중 8만8800원)을 정점으로 이날까지 34% 넘게 하락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와 연동되는 코스피지수의 해당 기간 낙폭이 약 12%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하락이다. 지난 7월11일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522조9530억원)에선 약 넉 달 사이 175조원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외국인의 역사적인 '팔자'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줄곧 순매도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28일 34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매수세는 이튿날까지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다시 사흘 연속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투자자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한 삼성전자 주주는 "이러다 삼성전자 시총 300조원도 깨지는 것 아닌가"라며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 무너질 것이라고 여기고 꾸준히 모아왔는데, 여느 때보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무섭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도 "6만전자와 가까워지기는커녕 더 멀어지고 있다"며 "고위급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더 늘리고 주가 부양 대책 좀 내달라. 이러다 '4만전자'까지 밀릴까 봐 잠도 안 온다"고 적었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꼽힌다. 반도체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이익이 줄면서 전사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다.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9조1834억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잠정실적 발표 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0조7717억원이었다. 특히 DS 부문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4조2000억원 안팎)마저 밑돌았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진 이유다.
이런 가운데 나빠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삼성전자 임원들은 나이와 직급을 막론하고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통상 회사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바닥' 신호로 읽혀 호재로 간주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원경 글로벌 퍼블릭어페어 사장은 지난달 24일(체결일 기준) 자사주 1000주를 총 5750만원에 장내매수했다. 이튿날 김동욱 부사장도 자사주 1300주를 총 7293만원에 장내에서 사들였다.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은 같은달 22일 4000주를 주당 5만8000원에 샀다. 취득 금액은 2억3200만원이다. 이들을 비롯해 최근 한 달간에만 임원 19명이 수천만원, 수억원어치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는 '5만전자'를 벗어나 추세적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증권가는 '조건부 낙관' 중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4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내년 메모리 업황 둔화 구간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가 관건이란 게 이들 분석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격차가 있는 만큼 낙관적 판단을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주가 하방 위험은 제한적이지만 단기간 내 추세 상승 논리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진 만큼 주가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 주가는 밸류에이션 하단 구간으로 악재 극복을 위한 변화로 저점을 시험하고 있다"며 "향후 코어다이 성능 개선과 HBM 제품의 하이엔드향 진출, 파운드리 사업부 개선 등을 통해 펀더멘털 개선·주가 반등을 함께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투자와 메모리 개선세 지속 등에 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회사가 합리적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며 "D램 업황은 내년 말까지 계속 개선될 것이고, HBM은 고객 침투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고객사의 마지막 테스트 관문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저평가 구간에서 HBM 수주 재료와 분기 증익 전환세가 확인된다면 폭발적 주가 상승세가 연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