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죽어요" 환경단체, 바이든 리튬 광산 허가하자마자 소송 [원자재 포커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며칠 전 처음으로 자국 내 리튬 광산 개발 허가를 내주자마자 환경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호주 리튬 기업 아이오니어가 추진하는 네바다주 리오라이트 리지(Rhyolite Ridge)광산 개발로 멸종 위기종인 야생화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센터 등 미국 환경단체들은 라스베이거스 연방법원에 미국 내무부 산하 토지관리국(BLM)을 상대로 리튬 광산 개발 허가 취소 소송을 냈다. 네바다 리튬 광산에 대한 환경 검토 절차가 지나치게 빨리 진행돼, 환경 분석과 대중 참여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오라이트 리지 리튬 광산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약 362㎞ 떨어진 외딴 농촌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내년에 건설을 시작해 2028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매년 약 37만 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리튬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에 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도 리튬 점토를 수산화 리튬으로 가공하는 데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이오니어는 6년간 규제기관, 지역주민, 환경단체와 합의 끝에 지난달 24일 허가를 얻어냈다.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7억 달러의 대출이 가능해졌고, 광산기업 시바니스틸워터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티엠의 메밀(Tiehm's buckwheat) 이라고 불리는 야생화 '에리오고눔 티에히미'. 미국 환경단체들은 네바다주 리튬광산 개발 예정지에 이 야생화가 서식한다며 광산 인허가 취소소송을 냈다. / 사진=AP
티엠의 메밀(Tiehm's buckwheat) 이라고 불리는 야생화 '에리오고눔 티에히미'. 미국 환경단체들은 네바다주 리튬광산 개발 예정지에 이 야생화가 서식한다며 광산 인허가 취소소송을 냈다. / 사진=AP
바이든 행정부는 청정 에너지 전환의 핵심 광물인 리튬의 자국 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광산 개발을 최종 승인했으나 다시 큰 저항에 부딪쳤다. 허가 소식이 전해지자 생물다양성센터 외에도 서부광산행동프로젝트(Western Mining Action Project)와 그레이트 베이신 자원 감시(Great Basin Resource Watch) 등을 비롯해 원주민 단체인 서부쇼쇼니족방어프로젝트(Western Shoshone Defense Project) 등이 벌떼같이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단체들의 주된 주장은 광산 개발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 야생화 티엠 메밀(Tiehm's buckwheat)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9월에 광산 개발 예정지 인근 일부 지역에서 티엠 메밀이 고사하기도 했다. 정식 명칭이 에리오고눔 티에히미(Eriogonum tiehmi)인 이 꽃식물은 광산 개발 예정지인 네바다주 에스메랄다 카운티의 실버피크 산지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별개로 광산 개발이 지하수, 샘, 습지, 대기질, 문화 자원, 야생 동물 서식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토지관리국은 최종 환경 영향 평가서에서 멸종위기종 티엠 메밀 보호 조치를 비롯해 다양한 평가·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니어도 광산 프로젝트가 메밀과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패트릭 도넬리 생물다양성센터 그레이트베이슨 책임자는 "토지관리국의 광산 승인은 환경 보호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오니어의 차드 예프티치 기업개발·대외부문 부사장은 "토지관리국은 신중하고 철저한 허가 절차에 따른 결정을 내렸으며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이오니어도 함께 소송에 참여해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