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TJ맥스, 평일에도 북적 > 미국 뉴욕 인근 TJ맥스 매장에서 쇼핑객이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 美 TJ맥스, 평일에도 북적 > 미국 뉴욕 인근 TJ맥스 매장에서 쇼핑객이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이 몰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미국에선 아마존이, 중국에선 알리바바와 테무가, 한국에선 쿠팡이 유통시장을 다 잡아먹을 기세로 성장했다. 온라인의 진격에 전통 강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100년 넘은 미국 백화점 시어스와 생활용품의 대명사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는 파산해 문을 닫았다. 한국에선 쿠팡이 급성장해 최대 오프라인 유통사인 이마트 매출을 추월했다.

○‘오프프라이스’ 매장 최대 호황

"이 가격 실화냐"…美 TJ맥스·로스 '극강의 가성비'에 줄선다
그렇다고 모든 오프라인 유통이 경쟁력을 잃은 건 아니다.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유통의 본질을 파고든 기업은 건재를 넘어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유명 브랜드 이월 상품을 앞세운 미국 오프프라이스 스토어 TJ맥스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미국 뉴욕 인근 TJ맥스 매장은 평일 저녁인데도 쇼핑객으로 붐볐다. 계산대 앞에는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션 네이딘은 “장난감 총이 타깃 같은 매장에선 한 개 20달러를 넘는데, 이곳에선 11달러”라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TJ맥스 같은 할인매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TJ맥스처럼 소비자가 몰리는 매장엔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 최저가를 넘어서는 극강의 가성비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TJ맥스는 옷, 가방, 신발, 장난감 등 유명 브랜드 상품을 정가 대비 30~80% 할인 판매한다. 각 브랜드의 재고·이월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파격 할인이 가능하다.

TJ맥스에선 종종 고가 디자이너 상품이 엄청나게 싼 가격에 나오기도 한다.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잘 샀다’는 느낌을 극대화해 소비자를 끌어모은다.

TJ맥스는 이런 ‘보물찾기’ 콘셉트로 최근 10년 새 두 배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1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TJ맥스의 모기업 TJX 매출은 2014년 약 290억달러에서 지난해 약 540억달러로 늘었다. 비슷한 오프프라이스 매장을 구현한 로스는 최근 두 달 새 24개 점포를 미국에 새로 열었다. 지난 2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53억달러에 이르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계 ‘가성비 슈퍼’ 알디 급성장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사 월마트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월마트의 2분기 매출은 169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다. 영업이익도 79억달러로 8.5% 증가했다. 월마트는 올 1분기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둔 뒤 향후 업황을 다소 보수적으로 전망했지만, 2분기에도 실적 증가세는 이어졌다. 가격을 더 할인하는 전략을 지속한 효과다.

독일계 가성비 슈퍼마켓 알디는 세계 곳곳에서 매장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영국에 약 10억달러를 투자, 매장을 새로 열거나 리뉴얼하기로 했다. 지난해 영국과 아일랜드 매출이 16%나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알디의 주력 소비자는 과거 중·저소득층에서 점차 고소득층으로 넓어지고 있다. 고소득자조차 고물가로 인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MZ 끌어들이는 유니클로·자라

< 韓 코스트코, 끝없는 대기 줄 > 서울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혁 기자
< 韓 코스트코, 끝없는 대기 줄 > 서울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혁 기자
‘가성비 패션’의 대명사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유니클로 운영사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2024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매출이 사상 처음 3조엔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1.4% 급증, 5000억엔을 처음 돌파했다.

자라 모기업인 스페인 인디텍스 역시 올 상반기 매출이 181억유로로 10% 이상(고정환율 기준)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일수록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지만, 가성비 매장은 예외”라며 “유니클로, 자라 모두 강력한 상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MZ세대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재광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