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노동당 정부의 재정 부양책에 대한 우려로 영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대규모 증세와 차입을 통한 공공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역대급' 증세에 요동치는 英 금융시장
31일(현지시간) 오후 3시 기준 2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8%포인트 오른 연 4.5%에 거래됐다.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도 0.16%포인트 뛴 연 4.51%를 나타냈다. 2년 만기와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 모두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전일 노동당 정부는 연간 400억파운드 규모의 증세와 투자 계획을 골자로 하는 첫 예산안을 발표했다. 증세는 기업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진다. 영국 예산책임청은 “최근 수십 년간 가장 큰 재정 완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발표 뒤 영국 부채관리국은 이번 회계연도 국채 발행 규모를 종전보다 192억파운드 늘렸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에선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 압력을 받고, 영국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이 대거 영국 국채 매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행이 내년에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베팅하던 트레이더도 의견을 바꾸고 있다. 스와프 시장에선 내년 말까지 영국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엔 다섯 차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부는 예산안 효과 때문에 경제가 단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년 인플레이션율은 이전 전망치인 1.5%보다 높은 평균 2.6%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한편 이날 영국 파운드화도 급락세를 보였다. 예산안 발표 후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은 전날보다 0.6%, FTSE250은 1.5% 떨어졌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출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고용 비용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며 “더 이상 영국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