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장악한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하는 국내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AI 스팀’이 4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을 30%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다. 삼성이 차별화된 무기로 내세운 위생, 보안 등의 기능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다. 삼성의 빠른 추격으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의 로보락과 삼성 간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반전 드라마'…中 로보락 턱밑 추격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 30%대 중반을 기록해 2위에 올라섰다. 로보락은 점유율 30%대 후반으로 1위를 유지했다. 에코백스(중국), 드리미(중국), LG전자(로보킹AI 올인원) 등은 10% 안팎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로보락 간 점유율 격차는 1분기 30%포인트대 차이에서 2개 분기 만에 3~4%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1분기만 해도 점유율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삼성전자가 비스포크AI 스팀 출시와 동시에 분위기 반전을 일으킨 것. 로보락은 1분기 점유율 40%대 중반을 기록했으나 이후 10%포인트 가까이 줄어 30%대로 주저앉았다. 삼성이 로보락을 포함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을 상당 수준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스포크AI 스팀은 출시 25일 만에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는 등 출시 초반부터 흥행 궤도에 올랐다. 출시 초반 오수통 등 제품 관련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삼성이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단기간 내 폭발적으로 점유율을 높인 건 비스포크AI 스팀의 위생 기능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삼성 제품은 바닥 물걸레 청소를 할 때 고온의 스팀으로만 물걸레에 붙은 세균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췄다. 전용 세정제를 쓰는 중국산과 달리 물과 스팀으로만 청소해 영유아,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8월엔 스마트 포워드를 통해 ‘스팀집중모드’를 업데이트했다. 스팀 분사 시간을 80초 늘려 최대 240초간 분사가 가능해져 살균, 탈취 성능이 강화됐다.

삼성은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연내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로봇청소기 관련 보안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 점도 삼성에 호재다. 최근 미국에서 중국 에코벡스의 로봇청소기가 해킹당해 욕설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졌다. 삼성은 글로벌 인증 업체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자체 보안 시스템 녹스(Knox)를 통해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도 점유율을 늘리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LG전자는 로보킹 AI 올인원 제품 출시가 삼성보다 3개월가량 늦은 탓에 아직 점유율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후발주자임에도 중국산의 불만 사항을 개선하는 동시에 강력한 제품 경쟁력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을 탈환하고 있다”며 “로봇청소기 시장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