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하고 사진찍고 > 지난달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시작하자 청중이 스마트폰으로 힌턴 교수의 연설 장면을 촬영하거나 메모하면서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 메모하고 사진찍고 > 지난달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시작하자 청중이 스마트폰으로 힌턴 교수의 연설 장면을 촬영하거나 메모하면서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몇 년째 이맘때가 되면 수업을 대신해 40명의 학생을 포럼에 데리고 옵니다. 포럼 내용을 주제로 수업 시간에 퀴즈도 내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명지원 삼육대 교수)

지난달 30~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는 이틀간 61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대학교수부터 스타트업 대표, 학부모와 초등학생까지 모두 태블릿PC나 노트를 꺼내 들고 ‘열공’ 모드를 보였다. 이틀간 24개 세션에서 청중이 던진 질문만 341개에 달했다. 참석자 사이에서는 “AX(인공지능 전환) 시대에 걸맞은 인재상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는데 해답을 찾는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노벨상 수상자 보러 ‘바글바글’

가장 주목받은 세션 중 하나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이었다. 힌턴 교수는 “초지능이 진화하면 ‘통제 불능’이 될 수도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세션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500석이 가득 찼고, 미처 앉지 못한 청중 100여 명은 출입문이 있는 뒤쪽에 다닥다닥 붙어 힌턴 교수의 연설을 들었다. 일어선 청중도 한 손엔 메모장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필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행사장 세 곳에서 열리는 세션을 모두 보려고 전광판 앞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행사장 밖 전광판에서는 세 개 세션의 영상이 자막과 함께 중계됐다. 우상원 BGF리테일 책임은 “모든 세션이 필요한 내용이어서 어느 곳에 갈지 고민하던 차에 잘됐다”고 말했다.

○몽골에서도 단체 방문

"노벨상 수상자 강연 전부 받아적었다"…CEO·교수까지 'AI 열공'
현대자동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GS리테일 등 대기업에서도 단체로 행사장을 찾았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조직관리와 업무혁신 방안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인사팀장으로 일하는 김모 씨는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AI로 직원 업무 성과가 개선됐다’는 마르코 카살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AI 부사장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며 “회사로 돌아가 AI를 실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청중도 눈에 띄었다. 이틀간 27개국 청중이 자리를 빛냈다. 몽골에서는 참관단을 모집해 통역가를 대동하고 140여 명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몽골 회사에서 인재영입(HR) 업무를 맡고 있는 님바야르 다시쿠는 “첫날 특별세션을 듣고 회의 같은 불필요한 절차가 많으면 조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경기 구리 새음학교에선 100여 명이 단체 방문했다. 둘째날 만난 새음학교 2학년 김현지 양은 “평소 학교 과제를 위해 자료를 조사할 때 챗GPT를 자주 활용하는데, 가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AI에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교육 현장을 누비는 초·중·고 교사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AI 사진관이 등장했다. LG유플러스가 설치한 ‘익시(ixi) 포토부스’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AI가 원하는 헤어 스타일과 옷으로 꾸민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줬다. 1일 차 점심시간이 되자 이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20대 이모 씨는 “세션도 좋았지만, AI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가 있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종우/서형교/이혜인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