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미술가] 홍콩 현대미술계 총아…트레버 영
트레버 영(36·사진)은 현재 홍콩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수족관, 식물원을 방불케 하는 그의 설치작업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은 올해 열린 굵직한 국제 미술 무대마다 홍콩의 ‘간판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홍콩 국가관 대표 작가로 나섰을 뿐 아니라 시드니 비엔날레, 라호르 비엔날레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4 아트바젤 파리에서 홍콩관광청이 기획한 휴게음식점 ‘차찬팅’에선 그의 샹들리에 조명 작품을 설치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은 역설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공개한 ‘회피의 동굴’(2024)이 단적인 예다. 작품은 수족관 형태를 띠는데 정작 그 내부에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다. 관람객이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치도록 의도한 작품이다.

1988년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난 영은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식당 수족관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물고기를 키울 수 없게 되자 대신 식물을 가꿨다. 그의 작품에 수조와 화초가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