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30개월 만에 10%대로 떨어졌다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임기 절반이 지나지 않은 때에 심리적 저항선인 20%대 지지율이 무너진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임기 중간 시점(집권 3년차 2분기)을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34%, 이명박 전 대통령 49%, 박근혜 전 대통령 36%, 문재인 전 대통령 45%로 윤 대통령 지지율의 2배 안팎이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전인 노태우 정부(18%) 때 임기 반환점 지지도가 20%를 밑돌았을 뿐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전통적 지지층마저 급속히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경남 지역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27%였는데 이번에 22%로 떨어졌고 대구·경북 지지율은 한 주 만에 8%포인트 하락해 전국 평균(19%)보다 낮은 18%로 곤두박질쳤다. 60대 지지율도 같은 기간 31%에서 24%로 급전직하했다. 문제는 이게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가 나눈 통화 음성 파일을 공개했는데 이번 조사 기간(10월 29~31일)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갤럽 전망대로 그 반향은 차후 조사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민주당이 추가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지금처럼 궁색한 해명과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막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부터 “돌 던지면 맞고 가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세간의 이런저런 의혹을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이다. 김 여사는 2021년 12월 학력 위조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처럼 이번에도 본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여하한 방법으로든 사과하고 공개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여당 요구대로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인적 개편도 있어야 한다.

10%대 지지율은 국정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려운 식물정부 수준이다. 김 여사 문제 등이 국정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연금·노동·교육·의료 4대 개혁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민심을 정확히 읽고 특단의 쇄신책을 내놔야 한다. 신속한 결단과 실천이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