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계 공시를 한 노동조합은 666곳으로 지난해보다 10곳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시한 노조의 비율도 90.9%로 지난해 91.5%에서 하락했다. 상급 단체가 없는 노조의 공시율은 76.4%에서 93.1%로,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공시율도 95%에서 98.2%로 올라갔다. 그럼에도 회계 공시 노조 수가 감소한 것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43개 지부·지회가 공시를 거부한 탓이다.

노조 회계 공시는 ‘노조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하여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26조에 따른 것이다. 60년 넘게 이 법조항을 지키는 노조가 없자 정부는 지난해 9월 노동조합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조합원이 1000명 넘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낸 조합비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법규상 응당 해야 할 의무 사항인데, 정부가 세제 카드를 써서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회계 공시가 노조 탄압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며 올해 참여를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에 저항한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뭔가 켕기는 데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선 조합원들의 세액공제 90억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부할 이유가 없다. 금속노조의 이 같은 행태는 영리기업이든 비영리 조직이든 살림살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대규모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는 곳은 없다. 특히 미국은 노조가 연차회계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할 경우 관련자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참에 합당한 제재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