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에 조(兆) 단위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가 정부 내에서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공정위 제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단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단통법은 유통점에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됐다. 방통위는 이후 통신사에 휴대폰 판매장려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도록 행정 지도했다. 번호 이동 실적도 일정 시간 간격으로 공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제한 성격이 다분한 조치로, 도입 초기부터 ‘반시장적’이란 비판이 많았다. 정부는 올해 1월 단통법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통신사들로선 단통법과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통신사가 판매장려금 등을 담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최대 5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들로선 단통법을 따랐다가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될 상황에 몰린 것이다. 방통위와 과기부조차 공정위 조치에 반대하는 이유다. 과기부는 공정위가 통신사 담합 근거로 제시한 번호이동 감소와 판매지원금 축소에 대해서도 이는 담합 때문이 아니라 선택 약정 증가, 단말기 고가화, 결합상품 확산 등이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주무부처 지침을 따른 기업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재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뿐이 아니다. 2012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가 은행들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공정위 조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유야무야됐다. 2022년엔 국내외 선사 23개가 15년간 운임을 담합했다며 9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운사들은 해운법상 공동행위 근거가 있다고 반발했다.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공정위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소관부처와 공정위 눈치를 함께 봐야 하는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