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을 대비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겨 담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임기 초반에 해당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생길 시장 변동성을 대비하는 것이다.

올해 1월 온스당 2063.73달러였던 국제 금값은 현재 28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연기금 등이 꾸준히 금을 매입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금 소비의 23.6%를 중앙은행이 차지해 2022년(22.8%) 이후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월가에선 이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UBS의 귀금속 전략가인 조니 테베는 내년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3000달러로 제시했다. 그는 “금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며 투자자들의 금 보유량이 향후 1년 정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또한 금값 3개월 전망치를 온스당 2700달러에서 2800달러로 상향했고, 6∼12개월 전망치는 3000달러로 제시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로 자금을 옮겨 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싱가포르 달러(SGD)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환율 목표 범위를 설정하고, 달러 가치가 이 범위 안에서 움직이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싱가포르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으로 미미한 데다 MAS이 통화정책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신뢰를 얻은 영향이다. 미국 대선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치더라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 회사 abrdn의 동남아시아 다중 자산 투자 솔루션 책임자인 레이 샤르마 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달러는 도시 국가가 통화를 주도하기 때문에 지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또한 국내 경제성장이 강력하고 수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8%로 낮은 수준인 탓에 글로벌 투자금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인도 국채 시장에 153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으며, 인도네시아(37억달러), 말레이시아(26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 대선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미 재무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자본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량은 8조5030억달러로 전월 대비 1.98%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11.5% 늘었다.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와 안정성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 국채 또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의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국채의 약 3분의 1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더 큰 수요-공급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