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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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1년차인 A책임은 아직도 영업 현장에서 뛴다. 매일 출근해 같은 지역의 고객들을 방문하여 주문을 받고 물건을 갔다 주고 대금 결제를 마치는 일의 반복이다. 계절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받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큰 변화는 없다. 현 지역을 담당한 지도 10년이 넘어 지역 고객과 친밀하다. 고객의 소개로 결혼 후 지역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몇 년 전, 서울 본사 영업관리팀에서 올라오라고 했는데, 아들 어린이 집 및 이사 비용 등의 이유로 거부한 다음부터 지역 영업 담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빠른 승진을 한 동기는 벌써 지점장도 있다. A책임은 농담으로 “나는 가늘고 길게 갈 것"이라고 말한다.

왜 성장하지 못하는가?

회사는 상향 평준화가 아닌 우수한 인재에 대해 집중 육성 기회를 준다. 자기 가치는 자신이 올리라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조직장에게는 일을 통한 육성을 강조한다. 개선 또는 도전 과제를 부여하고 성과를 내도록 직원을 육성하라고 한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은 저성과 인력이 아닌 우수 핵심인재에게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사실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면 수 백 개가 된다. 회사가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일이나 상사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장하지 못하는 본인에게 있지 않겠는가? 변화를 선도하지 않아도 최소한 따라가긴 해야 한다. 현 생활에 만족하고 유지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시장과 고객은 변하고 경쟁사와 동일 직무를 하는 사람들의 역량 수준도 달라진다. 유지한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다.

일과 생활의 지루함

스포츠 선수 중 역도를 한번 생각해 보자. 선수 입장에서 하는 행동은 매우 단순하다. 역기를 들어 올렸다 잠시 멈추고 내리는 동작의 연속이다. 이 운동을 하루에 수 십 번 연습한다. 물론 들어 올리기 위해 체력 훈련,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여러 운동을 병행한다. 부상을 당하면 안되기 때문에 준비 운동도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본 운동은 들어 올리기, 멈추기, 내리기다.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운동을 이어갈 수 없다. 국가 대표로 기숙사, 훈련장만 오가며 하루 종일 운동만 하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매일이 동일한 지루함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성적이 오를까?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일은 항상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해서 내일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단순히 하던 일의 반복이다. 동일한 일에 지루해지며 싫증이 난다. 일의 성과가 높을 수 없다. 생각해 보자. 입사해 처음부터 중요하고 난이도 높은 업무가 주어지는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높은 목표를 정하고 과정이라 생각하고 견디고 그 속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일 그 자체의 어려움 보다 신입사원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은 허드렛일에 대한 지루하다는 생각 아닐까? 나는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하루하루 하는 일이 싫고 지루하다면 성장은 더 이상 함께 하지 않는다.

일상의 지루함을 뛰어넘어 개선과 도전이 필요하다.

멘티들에게 강조하는 말 중 하나는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이다. 이 말 속에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야 한다.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여러 방법이 있지만, 필자가 선호하는 방법은 ‘매일 아침 해야 할 우선순위 6가지를 정하는 것’이다. 아침에 그날 해야 할 6가지를 정하고 가장 일의 효율이 높은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배정한다. 통상 9시 출근한다면, 집중 시간은 9시반부터 11시반을 정해 가장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중식 후 1시반부터 5시가 집중 시간이다. 당일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해야 한다. 매일 우선순위 과제의 가치를 올려가야 한다. 사원이라면 주임, 주임이라면 선임, 선임이라면 책임이나 수석의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진해야 한다. 특별히 수행해야 할 일이 없는 날에는 조언을 받거나, 자료를 정리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한다. 해당 직무의 전문가를 만나거나 전공 서적을 보며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 지식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고민을 통해 주도적으로 개선 과제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상사와 선배의 조언을 듣는 것이다. 상사와 선배는 자신의 성공 경험뿐 아니라 그 시기에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일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다소 무리라 생각되는 일이라도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점검이다. 주 단위 업적과 역량을 점검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와 계획을 세워가는 것이다. 주 단위 목표 수준과 내용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해 간다.

마지막 하나의 방법은 동반자이다. 혼자 이끌어가는 것은 힘들고 어려움이 많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힘들고 허전할 때 어깨에 기대고, 함께 높은 목표를 정해 경쟁하듯 나아가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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