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비만약 '위고비', MASH 3상 성공…시장성 입증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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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을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적응증 확대 연구가 순항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MASH 임상 3상 시험에 성공하면서다. 다만 개발 경쟁이 치열한 MASH 치료제로 시장성을 입증하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
에센스 임상시험은 MASH와 간 섬유증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 1200명에게 위고비 2.4㎎을 주 1회 투여한 뒤 240주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에센스 임상시험 중 72주까지 연구에 참여한 800명 결과를 1차 분석한 것이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72주간 위고비를 투여한 환자의 37%가 지방간이 악화하지 않고 간 섬유증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위약을 투여한 환자는 이 비율이 22.5%였다.
위고비 투여 환자의 62.9%에게서 지방간염이 나아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위약군은 이 비율이 34.1%였다. 안전성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간에 지방층이 쌓인 MASH는 초기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MASH 환자는 간경화, 간암 등으로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높다. 세계 MASH 환자는 2억5000만명이 넘는다. 2030년께 환자 수가 2배로 급증할 것이란 평가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의 3분의 1 정도가 MASH를 앓고 있다"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해결할 치료제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업체 측은 이번 에센스 1차 연구 결과를 토대로 허가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다. 240주간 관찰이 필요한 에센스 2차 연구 결과는 2029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GLP-1 계열 비만약 적응증을 MASH 치료제로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 등 대사 작용을 돕는 치료 원리가 유사해서다. GLP-1 계열 약물을 활용해 MASH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던 이유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으로 GLP-1 계열 신약이 MASH 치료제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입증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3월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다른 기전의 MASH 치료제인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보다 위고비 치료 성적이 좋다고 판단하긴 애매하다는 것이다.
허가용 임상 3상 시험에서 레즈디프라 투여 환자는 26~30% 정도가 간 섬유화 증상 악화없이 MASH 증상이 개선됐다. 위약군은 이 비율이 10%였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따르면 간 섬유화 증상이 한단계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레즈디프라 투여군이 24~26%, 위약군이 14% 였다.
이를 토대로 미국 투자시장에선 위고비가 레즈디프라와 임상 3상시험에서 유사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에 작용하는 레즈디프라는 하루 한번 먹는 약이다. 주사제보다 환자 치료 편의성이 높다.
약값면에선 위고비가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 레즈디프라의 연간 약값은 4만7400달러(약 6500만원)다. 위고비는 1만6000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GLP-1 계열 약이 폭넓게 활용되면 비만이나 대사 질환이 감소하면서 MASH 환자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위고비가 시장에 안착하면 초기 MASH 환자엔 GLP-1 계열 약이, 간 섬유화가 진행된 환자에겐 레즈디프라가 순차적으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전망에 대해 마드리갈 측은 "아직 보험사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아직 레즈디프라가 MASH 시장에선 독보적 지위라는 것이다.
일라이릴리는 GLP-1·GIP 이중 작용 비만약 젭바운드(당뇨약 마운자로,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활용한 MASH 임상 시험(SYNERGY-NASH)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6월 발표한 임상 2상 시험에서 고용량(15㎎)을 52주간 투여한 환자 73.3%가 간 섬유화 악화 없이 MASH가 개선됐다. 위약군은 13.2%였다. MASH 악화 없이 섬유증이 한단계 이상 개선된 환자는 고용량 투여 그룹에서 54.2%로 위약군 32.8%보다 높았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질랜드파마도 올해 2월 MASH 환자 대상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 임상 2상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NEJM에 따르면 48주 동안 주 1회 서보두타이드 4.8㎎을 투여한 MASH 환자 중 62%에게서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개선됐다. 위약군은 14%였다. 간에 있는 지방이 30% 이상 줄어든 환자는 서보두타이드 4.8㎎ 투여 그룹에서 67%로, 위약군 14%보다 많았다.
GLP-1과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에 함께 작용하는 후보물질을 활용해 MASH 치료제로 개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FGF21은 간 속 지방을 태우는 표적이다. MASH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에 더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89바이오, 아케로테라퓨틱스 등은 FGF21 계열 M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한국 기업들의 MASH 신약 개발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글루카곤과 GLP-1·GIP 3중 작용제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M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2상 단계다.
유한양행이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MASH 신약 후보물질 'BI3006337'은 GLP-1·FGF21 이중 작용제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GPR119 작용 기전 'DA-1241'를 M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1월 4일 06시10분 게재됐습니다.
노보 '위고비', MASH 임상 3상 성공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1일(현지시간) MASH 환자에게 위고비를 투여하는 에센스 임상 3상 시험에서 목표로 했던 1차 평가 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의료 관련 학술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한 뒤 내년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 허가 신청하는 게 목표다.에센스 임상시험은 MASH와 간 섬유증을 앓고 있는 성인 환자 1200명에게 위고비 2.4㎎을 주 1회 투여한 뒤 240주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에센스 임상시험 중 72주까지 연구에 참여한 800명 결과를 1차 분석한 것이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72주간 위고비를 투여한 환자의 37%가 지방간이 악화하지 않고 간 섬유증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위약을 투여한 환자는 이 비율이 22.5%였다.
위고비 투여 환자의 62.9%에게서 지방간염이 나아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위약군은 이 비율이 34.1%였다. 안전성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간에 지방층이 쌓인 MASH는 초기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MASH 환자는 간경화, 간암 등으로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높다. 세계 MASH 환자는 2억5000만명이 넘는다. 2030년께 환자 수가 2배로 급증할 것이란 평가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의 3분의 1 정도가 MASH를 앓고 있다"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해결할 치료제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업체 측은 이번 에센스 1차 연구 결과를 토대로 허가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다. 240주간 관찰이 필요한 에센스 2차 연구 결과는 2029년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드리갈 뛰어 넘는 데엔 한계" 지적도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GLP-1 계열 비만약인 위고비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춰주는 치료제로도 승인 받았다.GLP-1 계열 비만약 적응증을 MASH 치료제로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 등 대사 작용을 돕는 치료 원리가 유사해서다. GLP-1 계열 약물을 활용해 MASH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던 이유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으로 GLP-1 계열 신약이 MASH 치료제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입증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3월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다른 기전의 MASH 치료제인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보다 위고비 치료 성적이 좋다고 판단하긴 애매하다는 것이다.
허가용 임상 3상 시험에서 레즈디프라 투여 환자는 26~30% 정도가 간 섬유화 증상 악화없이 MASH 증상이 개선됐다. 위약군은 이 비율이 10%였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따르면 간 섬유화 증상이 한단계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레즈디프라 투여군이 24~26%, 위약군이 14% 였다.
이를 토대로 미국 투자시장에선 위고비가 레즈디프라와 임상 3상시험에서 유사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에 작용하는 레즈디프라는 하루 한번 먹는 약이다. 주사제보다 환자 치료 편의성이 높다.
약값면에선 위고비가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 레즈디프라의 연간 약값은 4만7400달러(약 6500만원)다. 위고비는 1만6000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GLP-1 계열 약이 폭넓게 활용되면 비만이나 대사 질환이 감소하면서 MASH 환자가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위고비가 시장에 안착하면 초기 MASH 환자엔 GLP-1 계열 약이, 간 섬유화가 진행된 환자에겐 레즈디프라가 순차적으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전망에 대해 마드리갈 측은 "아직 보험사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아직 레즈디프라가 MASH 시장에선 독보적 지위라는 것이다.
인크레틴·FGF21 계열 신약 개발 봇물
위고비 약효가 레즈디프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후속 신약에 대한 시장 관심은 더욱 커졌다.일라이릴리는 GLP-1·GIP 이중 작용 비만약 젭바운드(당뇨약 마운자로,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활용한 MASH 임상 시험(SYNERGY-NASH)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6월 발표한 임상 2상 시험에서 고용량(15㎎)을 52주간 투여한 환자 73.3%가 간 섬유화 악화 없이 MASH가 개선됐다. 위약군은 13.2%였다. MASH 악화 없이 섬유증이 한단계 이상 개선된 환자는 고용량 투여 그룹에서 54.2%로 위약군 32.8%보다 높았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질랜드파마도 올해 2월 MASH 환자 대상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 임상 2상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NEJM에 따르면 48주 동안 주 1회 서보두타이드 4.8㎎을 투여한 MASH 환자 중 62%에게서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개선됐다. 위약군은 14%였다. 간에 있는 지방이 30% 이상 줄어든 환자는 서보두타이드 4.8㎎ 투여 그룹에서 67%로, 위약군 14%보다 많았다.
GLP-1과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에 함께 작용하는 후보물질을 활용해 MASH 치료제로 개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FGF21은 간 속 지방을 태우는 표적이다. MASH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에 더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89바이오, 아케로테라퓨틱스 등은 FGF21 계열 M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한국 기업들의 MASH 신약 개발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글루카곤과 GLP-1·GIP 3중 작용제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M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2상 단계다.
유한양행이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MASH 신약 후보물질 'BI3006337'은 GLP-1·FGF21 이중 작용제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GPR119 작용 기전 'DA-1241'를 M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1월 4일 06시1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