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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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급파했다. 세계 정세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미 대선을 앞두고 계속 고조되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 내 군사력을 증강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오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태도가 며칠 사이에 더 호전적으로 급변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압도적인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의 발언은 그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온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결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란은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군기지 등을 공습하자 이란은 재보복을 공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면서 사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최근 며칠 만에 이란 관리들이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발언은 이란이 이라크를 공격의 발사대로 삼아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親)이란 세력이 이란을 대신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를 통해 이란은 공격 후 책임을 회피하거나 이스라엘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라크 내 민병대가 이미 이란과 협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후원하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인 하라카트 헤즈볼라 알누자바의 정치위원인 알리 알라미는 WP에 "이란은 이 지역의 어느 곳에서든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최근 "이란이 미국 대선 전에 이라크 내에서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대규모로 동원해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라크가 분쟁에 개입할 경우 미국이 중동 전쟁에 휘말릴 위험은 커진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2500여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전날 미국은 긴장 고조에 발맞춰 중동에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 전투기 대대와 공중급유기, B-52 전략폭격기 몇 대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는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철수 준비를 함에 따라 나온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이스라엘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포대를 배치한 데 이어 전략폭격기까지 보냄으로써 전투력은 더 강화됐다. 이는 이스라엘을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서 보호하고 필요시 이란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억제력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로 관측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