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고의 기억의 힘] 또 다른 남원, 우보천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남원은 서울에서 KTX로 2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남원인근 지역도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편리하여, 도시와 농촌의 속살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도시에서 성장한 이들에게 귀농과 귀촌은 닿을 수 없는 막연한 단어이다. 그러기에 요즘 ‘3도 4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3일은 도시에서, 4일은 지방에서 생활하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활동한 도시를 중심에 두고서, 새로운 생활지로 이동하는 노매드(Nomad)적인 생활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원 살아보기’는 매력적인 주제이다. 일 활동과 연계하여 체험하는 것 또한 의미있다.
민간단체인 ‘앙코르 브라보노’가 남원시와 기획한, ‘남원 생활인구 활성화 교류사업'에 참가하였다. 프로그램은 2박 3일간의 공감투어와 추가적인 2박 3일간의 ’일 활동하며 살아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남원의 마을기업과 공동체에서 짧은 체험을 하는 활동이다.
10월, 우리가 향한 곳은 남원시 운봉읍에 소재한 1인 양조장이다.
남원 시내에서 이동하면서 놀란 것은, ’운봉읍‘은 남원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높은 고원지대에 소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행정구역이지만 남원시의 사람들은 ’운봉‘에 간다고 하고, 운봉읍에 사는 사람들은 ’남원‘으로 간다고 한다. ’운봉‘은 해발 500m 이상의 분지여서, 남원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권처럼 느껴졌다.
이번 남원행은 ‘지리산 전통발효 연구회’라는 전통주를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시작되었다.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생활공간에 별도로 사업장을 만들어, 수작업으로 전통주를 만들고 있었다. 막걸리 1종류(지리산 보름달)와 2가지 종류(봄향, 꽃별)의 청주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부족한 듯 하다.
사업장의 대표님도 남원 토박이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귀촌하신 분이다. 오히려 현지의 생활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불편함을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다. 단순화하자면 쌀 씻기, 불리기, 물 빼기, 쌀찌기, 식히기, 혼합의 과정이다. 그러나 밑술 담는 과정에서 효모를 증식하여야 하고, 덧술 담기 또한 여러 번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동네슈퍼에서 살 수 있는 막걸리는 기계화된 공장에서 만들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가격도 편안하여 접근하기 쉬운 술이다. 그러나 수제 막걸리는 소량생산으로 가격대도 부담스럽고, 필요한 수량만큼 생산하지도 못한다.
6년째 전통주를 만들고 있는 대표님은 처음 2~3년은 제대로 된 자신만의 방식으로 술을 만드는데 노력하였고, 최근에는 전통주를 알리기 위하여 전국의 박람회에 다니고 있다. 갑자기 수백병의 주문을 받으면 오히려 겁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직원을 고용해 생산하기에는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가족이 함께 있기에, 오랜 시간을 술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월을 견딘 장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마보십리(馬步十里)라는 말이 있다. 소걸음은 천 리를 가지만, 말걸음은 십 리를 간다는 뜻이다. 천천히 가는 여정이 오히려 오래갈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학교와 같아서, 하루하루의 배움은 새로운 도전이다. 배움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믿지만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그 좌절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러기에 중장년에게는 ‘종이책’보다는 ‘사람책’이 편안함을 준다.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우리는 정답이 없는 연습 문제를 매일 풀고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동고 이모작 생활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도시에서 성장한 이들에게 귀농과 귀촌은 닿을 수 없는 막연한 단어이다. 그러기에 요즘 ‘3도 4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3일은 도시에서, 4일은 지방에서 생활하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활동한 도시를 중심에 두고서, 새로운 생활지로 이동하는 노매드(Nomad)적인 생활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원 살아보기’는 매력적인 주제이다. 일 활동과 연계하여 체험하는 것 또한 의미있다.
민간단체인 ‘앙코르 브라보노’가 남원시와 기획한, ‘남원 생활인구 활성화 교류사업'에 참가하였다. 프로그램은 2박 3일간의 공감투어와 추가적인 2박 3일간의 ’일 활동하며 살아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남원의 마을기업과 공동체에서 짧은 체험을 하는 활동이다.
10월, 우리가 향한 곳은 남원시 운봉읍에 소재한 1인 양조장이다.
남원 시내에서 이동하면서 놀란 것은, ’운봉읍‘은 남원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높은 고원지대에 소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행정구역이지만 남원시의 사람들은 ’운봉‘에 간다고 하고, 운봉읍에 사는 사람들은 ’남원‘으로 간다고 한다. ’운봉‘은 해발 500m 이상의 분지여서, 남원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권처럼 느껴졌다.
이번 남원행은 ‘지리산 전통발효 연구회’라는 전통주를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시작되었다.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생활공간에 별도로 사업장을 만들어, 수작업으로 전통주를 만들고 있었다. 막걸리 1종류(지리산 보름달)와 2가지 종류(봄향, 꽃별)의 청주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부족한 듯 하다.
사업장의 대표님도 남원 토박이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귀촌하신 분이다. 오히려 현지의 생활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불편함을 함께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다. 단순화하자면 쌀 씻기, 불리기, 물 빼기, 쌀찌기, 식히기, 혼합의 과정이다. 그러나 밑술 담는 과정에서 효모를 증식하여야 하고, 덧술 담기 또한 여러 번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동네슈퍼에서 살 수 있는 막걸리는 기계화된 공장에서 만들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가격도 편안하여 접근하기 쉬운 술이다. 그러나 수제 막걸리는 소량생산으로 가격대도 부담스럽고, 필요한 수량만큼 생산하지도 못한다.
6년째 전통주를 만들고 있는 대표님은 처음 2~3년은 제대로 된 자신만의 방식으로 술을 만드는데 노력하였고, 최근에는 전통주를 알리기 위하여 전국의 박람회에 다니고 있다. 갑자기 수백병의 주문을 받으면 오히려 겁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직원을 고용해 생산하기에는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가족이 함께 있기에, 오랜 시간을 술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월을 견딘 장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마보십리(馬步十里)라는 말이 있다. 소걸음은 천 리를 가지만, 말걸음은 십 리를 간다는 뜻이다. 천천히 가는 여정이 오히려 오래갈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학교와 같아서, 하루하루의 배움은 새로운 도전이다. 배움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믿지만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그 좌절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러기에 중장년에게는 ‘종이책’보다는 ‘사람책’이 편안함을 준다.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우리는 정답이 없는 연습 문제를 매일 풀고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이동고 이모작 생활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