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최근 2년 동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주가가 급락한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 지연은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밸류업에 방해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런 종목은 테마주 투자에 이용되거나 ‘작전세력’의 목표물이 되기도 쉬워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새 급증한 동전주…"작전세력 먹잇감 될라"

동전주 속출…2년간 35% 급증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동전주는 지난달 말 현재 224개에 달했다. 상장폐지 요건이 완화되기 직전인 2022년 10월 말에는 166개였는데, 요건 완화 뒤 2년 동안 약 35% 급증했다. 주가가 100원이 안 되는 종목도 이 기간 1개에서 5개로 늘었다. 지난 10년간 신규 상장 종목의 수정 공모가가 평균 1만3357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 종목의 주가가 얼마나 많이 내려갔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시총이 약 2400억원인 SK증권은 최근 507원에 마감했다. 시총이 약 1800억원인 건설주 동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간 1000원 이상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4거래일만 제외하고 그 아래였다. 이 외에도 한국제지(주당 945원), KEC(882원), 한국캐피탈(559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805원), 에이비프로바이오(557원) 등 시총이 1500억원을 넘는 동전주 종목이 수두룩했다.

한국거래소가 2022년 11월 상폐 요건을 완화한 뒤 동전주가 급증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거래소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 형식적 상폐 사유에 해당하던 내용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로 완화했다. 코스닥시장 종목이 5년 연속 영업손실 시 실질 심사를 받도록 한 규정 등도 삭제했다. 지난달 말 전체 동전주의 3분의 1에 달하는 74개가 관리종목(32개) 또는 투자주의환기종목(42개)이다.

“변동성 크고 주가 조작에 취약”

동전주의 거래량이 최근 다른 종목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의 동전주 거래량은 평균 130만2178주(거래량이 0인 종목 제외)에 달했다. 같은 날 동전주를 제외한 전체 종목 평균 거래량(39만1758주)의 세 배를 넘었다. 동전주는 적은 돈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고, 이 때문에 테마주 투자의 대상이 되거나 주가조작 세력의 목표물이 되는 일이 잦아 거래량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비우량 종목이 시장에 계속 남아 있으면 증시 전체의 변동성을 키워 외국인 자금 유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제고를 넘어 장기적으로 증시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한계 기업의 적기 퇴출은 증시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동전주에 해당하는 ‘페니 스톡(penny stock)’을 줄여달라는 업계의 청원이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증시의 페니 스톡이 2021년 초 12개 미만에서 지난해 말 500개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업계에서 이런 청원이 나왔다”고 최근 보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