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정세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중동에 전략폭격기를 급파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 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란의 태도가 며칠 새 호전적으로 급변해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압도적인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결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하메네이 발언은 이란이 이라크 영토를 공격 발사대로 삼아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친(親)이란 세력은 “이란을 대신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란은 공격 후 책임을 회피하거나 이스라엘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라크 내 민병대가 이미 이란과 협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도 최근 “이란이 미국 대선 전에 이라크 내에서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대규모로 동원해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라크가 분쟁에 개입하면 미국은 중동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커진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병력 2500여 명을 두고 있다. 전날 미국은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자 중동에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 전투기 대대와 공중급유기, B-52 전략폭격기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는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철수를 준비하면서 나온 후속 조치다.

이스라엘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배치한 데 이어 전략폭격기까지 보내면서 전투력은 더 높아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